외래해충인 ‘미국선녀벌레’(사진) 서식지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농생명공학부 이승환 교수팀은 “최근 경기 남부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 미국선녀벌레가 발견됐다”며 “2009년 충북 일대에서 본격적으로 발견되기 시작한 이 곤충은 현재 실태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미국선녀벌레는 미국 동부지역에서 서식하던 매미목과 곤충으로 식물 수액을 빨아먹어 나무 생육에 악영향을 미친다. 심할 경우 나무를 고사시킨다. 미국선녀벌레 배설물이 식물에 닿으면 잎이 검게 타 들어가는 그을음병이 생긴다.
더구나 미국선녀벌레는 특정 식물에만 서식하는 다른 외래해충과 달리 침엽수를 제외한 모든 활엽수와 농작물에 붙어 산다. 이 때문에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선녀벌레가 갑자기 나타난 원인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에 사는 벌레가 거리가 먼 한국에 2000년대 후반 중간 경유지 없이 갑자기 발생한 걸 보면 항공기나 선박 수화물을 통해 넘어온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최근 국가 간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예상치 않았던 외래해충의 유입과 이로 인한 피해가 국제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동부지역에서 살던 미국선녀벌레는 한국뿐 아니라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 터키, 오스트리아, 체코로 확산되며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 역시 아시아에서 유입된 유리알락하늘소, 콩진딧물, 매미나방, 왜콩풍뎅이 등이 창궐해 농가와 과수원에 피해를 주고 있다.
외래해충은 원래 살던 곳에서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천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로 옮겨질 경우 천적이 없어 짧은 시간에 급격히 증가하게 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새로운 외래해충들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검역을 강화하고 외래해충이 유입됐을 경우 원산지를 추적한 후 원산지에서 사는 천적을 들여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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