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뽑는 국시도 관리 엉망진창

  • 동아일보

기출문제지 폐품창고 방치하다 유출… 규정 어기고 출제위원이 심사까지

의사 국가시험 문제 유출 파동을 다룬 본보 4월 1일자 기사.
의사 국가시험 문제 유출 파동을 다룬 본보 4월 1일자 기사.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국가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의 관리 소홀로 기출 문제지가 무더기로 유출됐을 수 있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왔다. 또 국시원이 부적절한 출제위원을 선정하는 등 시험 전반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의사국시 문제 유출 파동 당시 응시생의 부정행위를 탓했던 국시원이 책임을 전가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본보 4월 1일자 A20면 참조
A20면 합격자 의사면허 무더기 취소될듯


○ 회수한 시험지 폐기 안해

국시원은 출제 문항의 20배가 넘는 문제를 미리 만들어놓고 반복 출제하는 문제은행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험이 끝나면 문제지를 모두 회수하고 기출문제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난해 기출문제집이 출간되고 올해는 의대생 홈페이지에 문제가 공개되면서 문제 유출 의혹이 잇따라 불거졌다.

본보가 19일 입수한 지난해 감사원 정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시원은 응시자들로부터 시험지를 회수한 뒤 제대로 폐기하지 않았다. 2006∼2010년 치러진 27종 시험의 시험지 수십만 장을 폐품창고에 5∼8개월간 보관한 것. 감사원은 관리 소홀로 시험지가 유출됐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고 문제지 관리 업무를 맡았던 직원 2명은 견책 조치를 받았다.

○ ‘제3의 전문가가 검증’ 규정 무시

문제를 출제하는 위원이 문제를 검증하는 위원으로 다시 참여했다. 신규 문항이 추가되면 제3의 전문가가 이를 검토하게 돼 있지만 의사시험 9명, 한의사시험 23명, 약사시험 16명, 치과의사시험 15명 등 5년간 모두 116명의 위원이 출제와 심사를 동시에 맡았다.

자문위원은 2년 임기가 끝나면 2회 이상 연임할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8년간 자문위원 활동을 한 사람도 10명이었다. 공정성을 위해 동일한 대학이나 기관에서 여러 명의 자문위원을 위촉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지켜지지 않았다.

의사 실기시험의 대상이 되는 모의 환자도 주먹구구로 채용됐다. 국시원의 ‘표준화 환자 관리 지침’에 따르면 본인이나 가족·친인척이 의대나 의대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의사국시 학원교사처럼 영리사업에 종사하면 모의 환자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아 감사원의 주의를 받았다.

한편 최근 보건복지부는 내년 시행되는 제76회 의사 국가시험부터 기출문제를 공개해 문제 유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로 한 바 있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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