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超기업단위’ 첫 설립신고… 재계 “교섭권 확보 힘들 듯”일부 노조원 수사 - 감사 대상… 삼성 “방탄 노조 성격”
삼성에버랜드 직원 4명이 13일 고용노동부에 ‘삼성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어용 노조’만 있던 삼성에 진짜 노조가 생겼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속사정은 크게 다르다.
이날 설립신고를 낸 삼성노조는 일반 기업별 노조와 달리 대상 조합원을 ‘삼성 계열사 및 협력업체의 정규직 또는 비정규직’으로 한 ‘초(超)기업 단위 노조’다. 단 노조원 4명 모두가 에버랜드 직원이어서 당분간 이 노조는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활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에버랜드에는 지난달 말 4명의 간부급 직원이 친(親)회사 성향의 기업별 노조인 ‘삼성에버랜드노조’를 설립해 사측은 2개의 노조를 상대하게 된다.
다만 삼성노조가 교섭권을 갖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관련법은 과반수 노조에 교섭권을 부여하는데 삼성노조가 회사의 지원을 받는 에버랜드노조를 제치고 교섭권을 확보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노조’가 계열사 및 협력업체에서 추가로 조합원을 확보해 삼성그룹 차원에서 협상을 하는 방법도 있다. 전국금속노조의 경우 개별 회사의 모임인 금속사용자 측과 금속노조가 먼저 교섭을 하고 이후 사업장별로 다시 노사가 협상을 벌인다. 하지만 이 방식은 사용자 측이 거부하면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구나 무노조 경영 방침을 지켜온 삼성에서 노조원을 추가로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삼성노조’에 참여한 4명의 노조원을 놓고도 말이 나온다. 고용부에 따르면 ‘삼성노조’에 가입한 조합원 4명 중 한 명은 범죄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나머지 중 일부도 회사기밀 유출 혐의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되거나 감사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삼성 내부에서는 “이들이 벼랑 끝 선택을 한 게 아니냐. 수사와 감사를 받게 되자 ‘방탄노조’를 만든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이들의 노조 설립에는 복수노조 허용 이전부터 인가를 받지 않은 채 삼성일반노조(법외 노조)를 운영해 온 김모 씨가 고문 자격으로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김 씨는 한때 삼성의 협력사였던 이천전기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과 함께 삼성그룹 내 노조 설립을 위해 노력해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설립되면 법 절차대로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 된다”면서도 “삼성에 한 번도 몸담은 적이 없는 인사가 앞장선 노조가 공감을 얻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을 깨기 위해 노력해 온 노동계가 복수노조 허용 흐름을 활용해 다른 계열사에도 노조 설립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삼성이 에버랜드노조를 만든 것처럼 친회사 노조를 설립해 신규 노조의 교섭권을 무력화할 가능성이 커 무노조 경영 틀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노동계가 삼성 공격을 위해 노조원을 모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4명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며 “결국 삼성노조도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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