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해병’ 또 자살… 이번엔 작업열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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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부대 목욕탕서 목매… “부모님께 죄송” 유서
유족들 “일못한다고 왕따”

인천 강화군에서 해병대 총기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10일 경북 포항 해병대 부대에서 병사 1명이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돼 군 수사기관이 조사에 들어갔다.

11일 해병대에 따르면 10일 오후 10시 20분경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해병대 1사단 내 목욕탕에서 이 부대 소속 정모 일병(19)이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동료 병사들이 발견했다.

정 일병이 생활관에 남긴 유서에는 “부모님께 너무 죄송하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어가는 세상에 적응을 못한 것일 수도 있고, 너무 나한테 담아둔 것일 수도 있지만 머리가 멍하다. 벼랑 끝에 몰린 이 기분…”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수사기관은 정 일병이 유서를 남긴 점으로 미뤄 일단 신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자세한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다.

유족은 정 일병이 선임병에 의한 작업열외와 구타로 인해 자살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정 일병이 선임 병사들이 ‘일을 제대로 못한다며 여러 작업에서 제외해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방부에서 나온 검시관이 정 일병의 가슴 주위 3곳에서 멍 자국(구타 흔적)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작업열외는 군부대 내 여러 작업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선임병들이 후임병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곤 한다. 해병대는 “정 일병은 동료와도 전혀 갈등을 빚지 않을 만큼 착실했다.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작업열외는 있을 수 없다”며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고 헌병대 등의 조사가 끝나면 결과를 공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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