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금지, 체벌금지… 결국 교권은 이렇게 추락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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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이 교사에 주먹질 8주 중상‘수업중 휴대전화’ 1차 경고… 무시하고 사용하자 압수조치… 교무실서 말리던 교사 폭행

‘체벌 금지, 체벌 금지하더니 학교가 이 지경까지….’

학교 현장의 교권이 바닥을 모를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수업 도중 휴대전화를 사용한 학생에게 4, 5초간 ‘엎드려뻗쳐’를 시킨 교사에게 징계를 내려 교사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울산지역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경기와 울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4월 30일 오전 11시경 울산 S고교. 수업 도중 1학년 김모 군(16)이 친구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담임교사가 “수업 중에 휴대전화를 사용하면 안 된다”며 1차 주의를 줬다. 교사의 말에 상관없이 김 군은 계속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담임교사는 “교칙에 따라 휴대전화를 며칠간 보관한 뒤 돌려줄 것”이라며 김 군의 휴대전화를 들고 교무실로 갔다.

김 군은 곧바로 교무실로 달려가 “내 휴대전화를 당장 돌려 달라”며 항의했다. 담임교사가 꾸짖으며 거부하자 김 군은 갑자기 고함과 욕설을 했다. 교무실 문도 발로 찼다. 이 광경을 지켜본 동료 이모 교사(38)가 “너는 뭐야”라고 고함을 쳤다. 흥분한 김 군은 이 교사 얼굴을 주먹으로 5차례가량 때렸다. 이 교사는 그 자리에서 쓰러져 동료 교사의 부축을 받고 병원에 갔다. 진단 결과 얼굴뼈에 금이 가고 눈 부위가 크게 다치는 등 전치 8주의 중상을 입었다. 이 교사는 2주일가량 입원 치료를 받고 현재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이 교사는 다음 달 초까지 병가를 내고 학교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S고에 따르면 김 군은 평소 주의력 결핍에다 감정 억제를 못해 약물 치료를 받아왔다. 학교 관계자는 “평소 치료약을 꾸준히 먹었지만 이날은 약을 먹지 않아 흥분 정도가 심했던 것 같다”며 “김 군은 이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 군 대신 부모가 피해 교사에게 사과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은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면 교육청에 보고해야 되지만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것은 보고사항이 아니다”며 “당초 김 군을 중징계하려 했다가 주의력 결핍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피해 교사와 합의를 본 점 등을 고려해 다른 학교로 전학시켰다”고 설명했다.

울산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일선 학교에서 학생 체벌은 전면 금지하는 대신 팔굽혀 펴기, 교실 뒤 서 있기 등 교육적인 벌과 출석정지 등은 허용하고 있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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