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비리’ 축소 급급… 공직감찰 거꾸로 가는 총리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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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점-나이트클럽 향응 → “노래방 갔다”
4대강 설계업체가 접대 → “공사와 무관”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이 국토해양부 연찬회 비리 등을 적발하고도 이를 축소하는 데 급급하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최근 공직자 비리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감찰을 주문했음에도 정작 공직비리 감찰의 중추인 복무관리관실은 이에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복무관리관실 관계자는 14일 국토부 직원들의 제주 연찬회 비용 대납 의혹이 불거진 직후만 해도 “여러 명이 어울려 밥을 얻어먹고 술판을 벌이는 등 조금 부적절한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찬회 예산 집행, 부스 임대료 등 횡령 의혹과 참석 공무원의 향응 수수 행위까지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토부 직원 6명은 한국수자원공사 직원에게서 125만 원 상당의 저녁식사와 유흥주점 향응을, 다른 9명은 148만 원 상당의 저녁식사와 나이트클럽 접대를 받았다. 총리실은 당초 일부 공무원이 식사 후 함께 노래방에 갔다고 밝혔다. 또 복무관리관실은 향응제공 업체에 대해선 “4대강 공사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했지만 이번 비리와 관련된 곳은 한국종합기술, 리버엔텍 등 4대강 사업 설계·감리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복무관리관실은 17일 국토부 공무원에게 돈 봉투가 전달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에도 “국토부 직원에게 건넸다는 것은 확인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 모인 자리에서 봉투 비슷한 게 오갔다는 얘기는 들은 것 같다”고 오락가락 해명을 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복무관리관실이 15일 공개한 공직 비위 사례 보도자료도 각 부처를 감싸는 데 급급했다. ‘○○청’ ‘국립△△원’ 식으로 해당 기관을 모두 익명으로 처리한 것은 물론이고 비위 행위를 두루뭉술하게 묘사했다.

김 총리는 18일 장차관 국정토론회에서 해당 기관이 비리 직원에게 ‘제 식구 감싸기’식으로 솜방망이 처벌을 할 경우 강력히 제재하는 방안 등을 담은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엄정한 공직기강 확립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총리실 산하 복무관리관실의 태도만 봐도 이런 공직기강 확립 방안이 제대로 실현될지 회의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서 공직부패 근절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는 대통령과 총리 사이에 ‘온도차’가 감지된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뇌물수수와 향응 접대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은 국토부는 직원들의 청렴을 강조하는 행동강령을 만드는 등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행동강령에는 국회와 산하기관, 언론 등 외부기관과의 바람직한 식사·술자리 문화, 행동지침 등이 담길 예정이다.

권병윤 국토부 대변인은 17일 “개인적인 술자리에서의 2차 금지, 주말골프 금지 방안 등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금명간 세부안을 확정해 20일경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토부는 국·과장급 인사도 대대적으로 단행할 방침이다. 당초 1급 4명을 교체한 뒤 관련 보직을 조정하는 수준의 국·과장급 인사를 실시하기로 했으나 연찬회 사건을 계기로 인사 폭과 범위를 대폭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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