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운전사 때린 후 “물렸다”… 슈퍼서 난동 후 “맞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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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적반하장’ 무고사범 49명 적발… 4명 기소

올해 3월 25일 오후 11시경 술에 취해 택시를 타고 귀가하던 이모 씨(47)는 택시운전사에게 U턴을 해 달라고 요구하다 말다툼이 벌어졌다. 택시운전사가 “일방통행 구간이라서 U턴이 안 된다”고 하자 이 씨는 택시운전사의 안전벨트를 강제로 풀어 택시에서 내리게 한 뒤 멱살을 잡고 얼굴을 때렸다. 경찰이 출동해 이 씨를 체포하려 하자 이 씨는 안전벨트를 풀다가 생긴 왼쪽 손등의 상처를 보여주며 “택시운전사가 이빨로 물었다”며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이 씨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택시운전사를 무고하고 경찰관까지 폭행한 것이 발각돼 결국 무고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달 말 불구속 기소됐다.

일방적으로 폭력을 휘둘렀는데도 가해자가 “나도 맞았다”고 주장하는 등 ‘적반하장’식 허위 신고를 해 피해자까지 입건시키는 무고 사건이 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신유철)는 올해 3∼6월 무고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통해 49명을 적발하고 이 중 4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 씨(27)는 담배를 팔지 않는다는 이유로 슈퍼마켓 주인을 폭행하고 자판기를 발로 걷어차는 등 가게에서 난동을 부린 혐의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 명령 처분을 받았다. 김 씨는 처벌을 피하기 위해 “가게 주인과 그의 아들이 나를 구타했다”고 오히려 피해자를 고소한 사실이 들통 나 재판에 넘겨졌다. 최모 씨(65)는 빌린 돈을 갚지 않아 소송을 당하게 되자 자신이 차용증을 작성했으면서도 “피해자가 차용증을 위조해서 법원에 제출했다”며 허위 고소를 해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보험료를 내지 않으려고 보험 청약서를 위조했다며 보험사 직원을 무고하거나 ‘삐끼’를 동원해 술에 취한 여성을 술집으로 유인해 술값을 덤터기 씌워 ‘무전취식’ 혐의로 무고한 사례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한동안 줄어들던 무고 사범의 수가 최근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허위고소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단속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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