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민자 기숙사’ 한학기 200만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 등록금 이어 고액 논란

‘등록금 마련하기도 힘든데 기숙사비까지….’

연세대에 재학 중인 박모 씨(20)는 올해 자취 비용을 줄이려고 기숙사에 입사하려다 포기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기존 기숙사(학기당 67만4000원)는 경쟁률이 높아 떨어졌고 민자(民資) 기숙사(SK국제학사)는 기숙사비가 너무 비쌌기 때문. SK국제학사는 한 학기(4개월)에 158만 원을 내야 한다. 박 씨는 “기숙사가 하나 더 생겨 쉽게 입사할 줄 알았는데 그렇게 비싼지는 몰랐다”며 “민자 기숙사는 너무 부담이 돼 아예 신청을 못했다”고 말했다.

연세대 3학년 장시원 씨(22)는 “학교는 학생복지를 확충하기 위해 기숙사를 신축했다고 하지만 기숙사비가 너무 비싸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며 “입사를 아예 포기하고 학교 주변 싼 방을 찾아 돌아다니는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 2배나 오른 기숙사비

고려대 2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 씨(20)는 올해 2월 문을 연 학교 내 민자 기숙사 ‘프런티어관’에 입사했다. 프런티어관은 원룸형 2인실 468개와 각종 편의시설까지 갖춘 최신식 기숙사다. 기존 기숙사보다 훨씬 넓고 쾌적하지만 박 씨는 오히려 불편하다. 기숙사비가 기존 기숙사에 비해 2배나 높아 너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박 씨는 원래 기존 기숙사에 들어가려 했다. 기존 기숙사는 매달 18만 원만 내면 되지만 프런티어관은 매달 39만5000원씩 한 학기(4개월)에 158만 원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기숙사의 입사 경쟁이 치열한 것은 당연한 일. 기숙사 측은 학점 등을 기준으로 사생을 선발했고 학점이 낮은 박 씨는 어쩔 수 없이 상대적으로 경쟁이 낮았던 프런티어관에 들어갔다. 박 씨가 올 1학기에 낸 기숙사비는 식비가 포함된 방학 거주 비용까지 300여만 원에 달했다.

일부 학생은 방학 때 고향에 내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다.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방학 때도 서울에서 공부를 해야 하지만 기숙사비가 너무 비싸 감당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고려대 프런티어관에서 생활하는 A 씨는 “연간 1000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에 방학 기숙사비까지 내기에는 너무 부담스럽다”며 “방학 때 서울에 머무르며 공부를 하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 원인은 ‘민자 기숙사’

대학 기숙사비가 과거와 달리 이처럼 비싸진 이유는 대학들이 기숙사를 ‘민간투자사업(BTO·Build-Transfer-Operate) 방식’으로 짓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 비용을 댄 민간자본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가 기숙사 소유권을 갖고 운영하다가 20년 후에 학교로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이다. 이 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들은 기한 내에 이윤을 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기숙사비를 올릴 수밖에 없다.

성균관대 수원캠퍼스의 민자 기숙사비는 한 학기(4개월) 기준 121만 원. 서강대 ‘곤자가’ 기숙사도 127만 원이고, 건국대 ‘쿨하우스’도 기숙사비가 134만 원, 숭실대도 125만 원이다. 1인실은 이보다 훨씬 비싸 한 학기에 200만 원 이상을 내야 한다. 더욱이 식비는 별도인 데다 대부분 카드 결제도 안 되고 현금으로만 받고 있다.

대학 측은 민자 기숙사가 비용 절감과 학생 복지 확충을 위한 ‘윈윈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교가 건물을 신축할 돈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 복지를 확충할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라 대학마다 민자 기숙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일부 사립대가 자기 돈은 쓰지 않고 학생 복지 비용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학교법인 자금으로 기숙사를 지은 학교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법인 자금으로 기숙사 ‘블루미르홀’을 지은 중앙대는 4인실의 경우 한 학기에 82만6000원만 받고 있다. 2005년 기숙사를 신축한 경희대도 80만 원 수준이며 2008년 지은 한국외국어대는 100여만 원만 받고 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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