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金메달감’ 일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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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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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용 면세금괴 800억대 구입국내 유통… 87억 세금 탈루… 母子 등 친인척 13명 적발

800억 원어치의 수출용 면세 금괴를 사들인 뒤 국내 귀금속 상가에 몰래 팔아 87억 원의 세금을 빼돌린 모자(母子)가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경제범죄수사대는 13일 이 같은 혐의로 이모 씨(60·여)를 구속하고 이 씨의 아들 등 친인척 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2004년부터 4년간 K아연 등 제련업체 4곳에서 수출용 귀금속 원료로 쓰겠다며 금괴 5.3t(시가 800억여 원)을 사들여 부가가치세 75억여 원을 면제받은 뒤 국내 귀금속 업자들에게 판 혐의다. 이 씨는 금으로 귀금속을 만들어 수출하면 관세를 돌려받는 점에 착안해 허위 수출계약서를 세관당국에 내고 12억 원을 부정 환급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 종로3가에서 20년가량 귀금속상을 운영해온 이 씨는 현행 귀금속 수출 관련 법규의 허점을 교묘히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한국귀금속가공협회로부터 추천을 받아 수출용으로 금괴를 매입하면 부가세가 면제되고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 씨는 우선 아들을 비롯한 친인척 6명을 바지사장으로 고용해 귀금속 도매상을 세운 뒤 제련업체에서 면세용 금을 사들였다.

경찰은 “국세청 규정상 귀금속 관련 회사만 설립하면 귀금속가공협회로부터 수출용 면세 금괴를 살 수 있도록 추천을 받을 수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을 장려하기 위해 금으로 만든 제품을 수출하는 절차가 간소화됐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사들인 금으로 귀금속을 만들어 수출하는 조건으로 75억 원의 면세 혜택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세운 귀금속 업체를 통해 금괴를 국내에 유통시켰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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