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 초중고 英-數쉽고 실용적으로 바꾼다는데… ‘공교육 강화 방안’ 찬반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0일 03시 00분


“수학 쉬워져 私교육 줄어들 것”
“학력저하 불러 日 폐기한 정책”

초중고교에서 배우는 수학의 내용이 쉬워지고 학습량도 20% 줄어든다. 영어는 방과후학교에서 실용영어 수업을 확대해 의사소통 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교육 부담이 큰 수학과 영어의 학교교육을 내실화하고 사교육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을 19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3개월간 5개 권역별 토론회와 여론 수렴을 거쳤다. 그러나 당초 마련했던 시안과 큰 차이가 없는 데다 쉬운 수학을 위해 학습량을 20%나 줄여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방과후학교의 민간 참여 확대 등 종전의 틀을 벗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쉬운 수학 vs 학력 저하 우려


‘0, 1, 1, 2, 3, 5, 8, 13, 21…’ 앞선 두 숫자의 합으로 이뤄진 피보나치수열(수학 공식). 숫자가 커질수록 이웃한 두 수는 1.618이라는 일정한 비율을 보인다. 1 대 1.618은 인간이 눈으로 보기 가장 좋은 ‘황금비율’이다. 꽃잎의 배열, 인체의 이상적인 비율 등 자연 곳곳에서 이 황금비가 발견된다(과학 원리). 신용카드도 황금비율로 디자인됐다(실생활 적용).

재미있고 쉬운 수학을 위해 교과서가 역사적 배경과 의미 등을 강조한 ‘스토리텔링형’으로 바뀐다. 기존 교과서가 공식과 문제만을 다뤘다면 새 교과서는 수학 공식에 과학 원리를 적용하고, 기술과 예술을 접목할 계획이다. 수학이 실생활에 응용되는 재미있는 과목이란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수학 교과의 내용도 20% 줄여 학습 부담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단순 암기나 지엽적인 내용은 줄인다.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어려운 내용은 상위 학년으로 이동시켜 교과내용을 재설계하기로 했다. 이르면 2013학년도 교과서에 적용된다. 고등학교 수학시험에서 전자계산기의 허용 여부는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학 교과서가 쉬워지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란 정부 기대가 맞아떨어질지는 의문이다. 학력 저하를 부른 일본의 ‘유토리(여유) 교육’을 닮아갈 우려도 있다.

일본 정부는 학생들의 창의 인성 교육을 위해 2002년부터 수업 내용을 30% 줄이는 유토리 교육을 도입했다. 수학에서 소수점 이하 계산법은 다루지 않는 등 어려운 내용을 제외했다. 이런 실험은 심각한 학력 저하를 초래해 일본은 결국 지난해 유토리 교육을 포기하고 교육량을 종전보다 40% 이상 늘렸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 교수는 “학습량을 줄이면 학력 수준만 떨어질 뿐이다. 공교육에서 쉬운 내용을 가르칠 게 아니라 어려운 내용도 어떻게 재미있게 잘 가르칠 것인지, 교육 역량을 어떻게 높일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영어 내실화 vs 민간기관 의존


영어 교육 내실화는 방과후 영어교육을 통해 실용영어 중심으로 추진된다. 우수한 민간기관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없애기로 했다.

우선 초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을 3, 4학년은 주 1시간에서 2시간으로, 5, 6학년은 주 2시간에서 3시간으로 늘린다. 중고교에서는 수준별 영어수업과 주 1회 회화 수업을 실시한다.

영어교육채널(EBSe)을 활용해 방과후 영어교육도 활성화한다. 단계별 수준별 교재를 개발해 올 하반기부터 모든 학교에 보급하기로 했다.

방과후 영어교육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민간 참여도 활성화한다. 민간기관의 자원을 공교육으로 끌어들이는 셈. 방과후학교를 위한 사회적 기업을 발굴하고, 산업체 경력자나 전문직 종사자 등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민간 참여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학교별로 학부모 중심의 방과후학교소위원회를 구성해 관리할 방침이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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