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캠프 캐럴 주한미군이 고엽제 수천 t을 매립한 것으로 알려진 경북 칠곡군 왜관읍 내 미군기지 캠프 캐럴. 1970년대 후반 이 캠프에 근무한 적이 있는 주한미군 3명이 고엽제 매립에 대해 증언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칠곡=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19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미군부대 캠프 캐럴 인근 마을 주민들은 고엽제가 부대 내 땅속에 묻혔을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지역에서는 2003∼2004년 비가 올 때마다 캠프 캐럴에서 인근 하천으로 기름이 유출됐던 사건이 발생한 바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진 상태다. 당시 유출된 기름이 해당 하천을 통해 낙동강으로 흘러가 ‘영남권 식수원이 오염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있었다.
왜관읍에 살고 있는 박상민 씨(34)는 “내가 생활하고 있는 곳에 고엽제가 묻혀 있다는 게 사실이라면 하루 빨리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이미 토양이나 지하수가 오염됐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옥분 씨(54·여)는 “고엽제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떨린다”며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일인데 지금 과연 찾을 수는 있겠느냐. 아이들에게 해가 가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주민 불안이 증폭되자 칠곡군도 급히 사태 파악에 나섰다. 군은 일단 미군의 협조를 얻어 묻혀 있는 고엽제 드럼통 위치 확인에 나설 방침이다. 군은 드럼통이 묻힌 장소로 부대 안이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칠곡군에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자료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 미군 외에는 언제 어떻게 고엽제를 묻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영탁 군 환경관리과장은 “보안사항인 군사시설인 데다 미군 부대는 치외법권 지역이기 때문에 동의가 없을 경우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미군에 공문을 보내서 사실을 확인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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