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 백수’ 300만 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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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大 비경제활동인구 사상 처음 200만명 넘어서
‘고졸이하 백수’ 증가율 압도

국내 유명 사립대를 2006년에 졸업한 김모 씨(30·여)는 올 들어 아예 입사지원서조차 쓰지 않고 있다. 한때 국가고시를 준비했던 김 씨는 2008년 고시를 포기하고 구직 활동에 나섰다. 그러나 졸업 2년이 지난 취업삼수생을 받아주는 회사는 한 군데도 없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원형탈모에 시달리기도 했던 김 씨는 “다 포기하고 나니 마음은 편해졌다”고 말했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아예 직장 구하기를 포기한 ‘대졸 백수’가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다. 전문대 졸업자까지 합하면 300만 명을 육박한다. 전문대 졸업자를 포함하면 전체 비경제활동인구(1639만2000명) 가운데 ‘5명 중 1명’(18%)이 대졸 이상 학력자로 나타났다.

1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비(非)경제활동인구 가운데 4년제 대학 졸업자는 201만4000명으로 나타났다. 전문대를 졸업한 비경제활동인구 93만8000명까지 합하면 대졸 이상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는 295만2000명에 달한다. 구직활동을 하면 실업자로 분류되지만 아예 구직활동까지 포기하면 취업자와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분류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비경제활동인구는 2003년 142만9000명에서 계속 늘어나 올해 1분기 8년 만에 40%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비경제활동인구 중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2년 8.5%에서 2004∼2006년 10%대, 2007∼2008년 11%대 등으로 증가해 올 1분기 12.3%로 커졌다.

대졸 학력의 비경제활동인구는 고졸, 중졸, 초등학교 졸업 이하 등 다른 학력자들에 비해서 빠르게 늘고 있다. 2001년부터 10년간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무려 79.5%가 급증해 고졸(4.2%), 중졸(3.3%), 초등학교 졸업 이하(1.7%)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대졸 이상의 경제활동 참가율도 올 1분기 76.8%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경제연구소 손민중 수석연구원은 “대학진학률이 80%가 넘는데 비경제활동인구가 200만 명이 넘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굉장한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라며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기술 인력 양성 등을 통해 교육과 노동시장의 불일치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hye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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