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채용 세습’ 추진 勞-勞 갈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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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속직원 자녀 우선 채용 단협안 오늘 상정… 비정규직 반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가 정년퇴직자와 2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단협안을 마련하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가 ‘채용 세습’ 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도 적절성 여부를 다시 가릴 것이라고 밝히는 등 ‘노-노(勞-勞)’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11년 임금 및 단체협약 요구안에 이 내용을 포함시켜 19일 열리는 임시대의원 대회에 정식 안건으로 상정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단협안은 대의원 500여 명이 참석하는 대의원대회에서 과반수 찬성이 나오면 확정된다.

노조가 마련한 단협안에는 ‘회사는 인력 수급 계획에 의거 신규 채용 시 정년퇴직자 및 25년 이상 장기근속자의 자녀에 대해 채용규정상 적합한 경우 우선 채용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요구 조항이 신설됐다. 장규호 현대차 노조 대변인은 “2008년 노사가 합의한 기아자동차와 GM대우자동차(현 한국GM) 단협에도 정년퇴직자와 장기근속자 자녀에 대해 우선 채용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이 있다”며 “이 제도를 시행해도 사내 비정규직 노동자 채용 비율을 종전대로 40%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회사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측은 “정규직 직원들이 자녀 취업까지 보장하는 단협안을 마련한 것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정규직 세습’ 조항”이라고 비판했다. 금속노조도 “금속노조 차원에서 단협안의 적절성 여부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며 비판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현대차 노조를 중심으로 성장한 금속노조까지 비우호적으로 나오는 것에 대해 다소 의아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경훈 지부장이 이끄는 현대차노조가 ‘온건 노선’을 표방하면서 금속노조 집행부와 마찰을 빚어온 것을 감안하면 노동계 주도권을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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