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 유공자 아파트서 투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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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에 우울증 시달려

20일 오후 3시 5분경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박모 씨(78)가 쓰러져 숨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119에 신고했다. 경비원 박모 씨(64)는 경찰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려 나가 보니 할아버지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21일 서울 노원경찰서 및 유가족 측에 따르면 박 씨는 20일 낮 12시경 중풍 증세로 같은 병실에 함께 입원해 있던 아내 이모 씨에게 “나 집에 가서 목욕 좀 하고 올게”라는 말을 남기고 병원을 떠난 지 3시간여가 지나 집 앞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14층 집 베란다에 박 씨 슬리퍼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점 등을 토대로 박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6·25전쟁 참전 용사로 국가유공자인 박 씨는 외동딸 집에서 살아왔으며 노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 최근 들어선 우울증까지 겹치면서 “이렇게까지 살아서 뭐하나”라는 말을 자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 이 씨는 가족에게 “(박 씨가) 갑자기 옷을 깨끗이 차려입고 목욕도 하고 온다고 해서 운동 삼아 집에 다녀오라고 했는데 이게 마지막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고령에다 병환이 심해지면서 외동딸 신세를 져야 했던 고인이 자식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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