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편지’ 봉투 소인 조작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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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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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발신지-일련번호 오려진 사본 3통 공개… 교도소 우편물 대장에도
‘장자연’ 이름없어, 정신장애 전력 전씨 자작극 가능성 수사

2009년 3월 자살한 연기자 장자연 씨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하는 전모 씨(31·광주교도소 수감)로부터 압수한 편지봉투 사본에서 소인을 조작한 흔적이 발견됐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0일 전 씨에게서 압수한 편지봉투 사본 가운데 우체국 소인에서 발신지와 일련번호가 네모난 모양으로 예리하게 오려진 사본 3통을 공개했다. 이 사본에 있는 소인에는 날짜만 적혀 있다. 통상 일반편지 봉투에 찍히는 소인에는 날짜와 우체국 명칭, 우체국 고유 일련번호가 함께 찍힌다. 경찰은 “편지 발신지를 숨기기 위해 전 씨가 소인의 발신지 부분을 오려내 조작했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 씨가 장 씨를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연예기획사 사장 김모 씨 사건 재판부에 낸 탄원서에 첨부한 편지들의 봉투 사본 50여 장에도 대부분 발신지가 빠져 있다. 이날 공개된 편지봉투 사본은 경찰이 전 씨 수감실에서 9일 압수한 봉투 24장 가운데 일부다.

또 2003년 11월부터 이달 7일까지 7년여간 전 씨가 교도소에서 외부와 주고받은 2439건의 우편물 수발신대장에서 ‘장자연’ 또는 ‘설화’(전 씨가 장 씨를 부른 별칭) 명의로 된 발신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씨는 그동안 2006년부터 2009년 3월 장 씨가 숨지기까지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이와 함께 2006년 전 씨와 같은 수감실에서 생활했던 또 다른 전모 씨에게서 “장 씨 얘기는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출소 후에 장 씨의 편지라며 전 씨가 보내준 편지는 버려서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이날 편지봉투 사본과 함께 공개한 신문스크랩은 전 씨가 신문을 A4용지에 오려붙이고 형광펜으로 줄을 그은 것으로 신문이나 A4용지 여백에는 글씨가 쓰여 있다. 주요 내용은 ‘내 동생 자연아 설화야 미안하다. 너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 등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낸 장 씨의 친필 추정 편지 원본 24장은 전 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편지사본과 내용이 동일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9일 전 씨 수감실에서 압수한 두 상자 분량의 물품은 △친필추정 편지 24장 △편지봉투 20여 장 △신문스크랩 70여 장 △수용자기록부 △접견표 △복사비 납입영수증 70여 장 △편지사본 1000장 등 총 29개 항목에 1200여 점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이 전 씨의 자작극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장 씨의 원본 필적과 이번에 압수한 전 씨 보관 편지의 글씨체는 육안으로 봐도 차이가 있다”며 “하지만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국과수의 필적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필적 감정 결과 전 씨가 보관해온 편지의 글씨체가 장 씨의 친필인 것으로 최종 확인될 때에는 편지 내용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2월 강도강간 혐의로 처음 구속됐던 전 씨는 2006년 8월부터 지금까지 정신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소할 예정이었으나 교도관을 폭행한 혐의로 징역 1년 3개월이 추가돼 아직까지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경찰 범죄심리관이나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장애가 있는 전 씨가 망상증적 증상으로 자작극을 벌였을 개연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수원=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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