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나간 의사-약사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3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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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벌이’에 환각의약품 3만여 알 처방-조제 68명 입건

속칭 ‘앵벌이’ 남성에게 무분별하게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해준 의사와 약사 68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3일 마약류 향정신성의약품 ‘졸피뎀’ 3만여 알을 무분별하게 처방하고 조제해준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김모 씨(42) 등 의사 55명과 노모 씨(47·여) 등 약사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를 복용한 이모 씨(33)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병원과 약국을 운영하는 김 씨 등은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 씨에게 총 3만여 알 분량의 졸피뎀 처방전을 발급해주거나 이를 조제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허용한 졸피뎀의 하루 최대 복용량은 2알. 3만 알은 한 명이 무려 41년간 복용할 수 있는 양이다. 가격은 비보험 환자부담으로 100알에 4만4000원이다.

이 씨는 전철에서 구걸을 하면서 부끄러움을 없애기 위해 이 약을 하루에 70∼120알씩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약을 먹으면 구걸할 때 사람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부끄러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의 한 약국에서 졸피뎀을 처방받아 복용하다가 경찰에 체포됐으며 바로 입원해 응급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독 상태가 심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졸피뎀을 복용하면서 구걸을 해 800만 원가량을 벌었으며 이 돈의 대부분을 졸피뎀을 다시 사는 데 썼다.

경찰 조사 결과 의사 김 씨는 이 씨에게 한꺼번에 600알을 처방해줬으며 오히려 “치사량이라 원장이 알게 되면 내가 질책을 들을 수 있으니 비보험으로 가져가라”고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의사 조모 씨(48)도 다량의 졸피뎀을 처방하기 위해 이 씨 친누나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사 노 씨는 이 씨에게 총 71회에 걸쳐 졸피뎀을 조제해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의사와 약사라는 사람들이 약을 팔기 위해 ‘앵벌이’ 환자에게 이런 짓을 했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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