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폭언 의대’?

  • 동아일보

“지도교수가 부당대우-노동 착취”… 고려대 대학원생, 손해배상 청구

김인혜 서울대 음대 교수의 제자 폭행 논란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 의과대 석사과정에 재학했던 학생이 “지도교수로부터 조교 월급의 일부를 연구실 운영비 명목으로 빼앗기고 교수 개인의 잡무를 수행하는 등 노동력 착취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며 지도교수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23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고려대 의대 석사과정에 재학했던 A 씨는 “지도교수 B 씨가 상습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하며 폭언을 일삼아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며 1억5000여만 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A 씨는 소장에서 “어렵게 조교가 된 뒤 250만 원의 월급을 받게 됐는데 B 교수가 연구실 운영비 명목으로 매달 43만 원을 사용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뿐만 아니라 B 교수가 개인적인 잡무를 지속적으로 시켜 제대로 된 연구 지도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B 교수가 개인적으로 구매할 물품이나 이용할 식당의 음식 가격을 알아봐야 했으며 B 교수의 부수입을 위해 교과서회사에서 의뢰받은 서적의 번역까지 대신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도교수 집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 청소기 등을 수리하기 위해 대리점 같은 곳에 승용차로 데려다 주거나 경기 용인시에 사는 B 교수의 조카가 고려대까지 출퇴근할 수 있도록 운전사 노릇도 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심지어 ‘오전 8시 출근, 지각 시 벌금 3만 원’이라는 규정을 만들어 1분만 지각해도 1주일에 2, 3차례 벌금을 물게 했다는 것.

그는 이 같은 처사에 항의하자 B 교수로부터 폭언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그는 “잡무를 그만 시켜 달라고 요구하자 ‘난 너의 졸업논문에 도장 안 찍어주면 그만이다’ ‘네가 대학원에서 10년을 있어도 난 여전히 교수다’라는 등의 협박과 폭언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천성 심장병을 갖고 태어나 지금도 기계판막을 쓰고 매일 아스피린을 복용하면서도 의대에 입학해 의사의 꿈을 이뤄냈다”며 “그러나 B 교수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겪어 논문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학위과정을 중단해야만 했다”고 밝혔다.

B 교수는 A 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며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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