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계명대 공과대학을 수석 졸업한 고강민 씨가 아버지 고경
환 씨, 배석천 공과대학장, 곽준형 씨(뒷줄 왼쪽부터)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계명대 제공
15일 오후 대구 달서구 신당동 계명대 성서캠퍼스. 이 대학 공학관 시청각실에서 졸업생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과대학 학위수여식이 열리고 있었다. 맨 앞줄에 휠체어를 탄 학생이 학사모를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비(非)장애인과 어울려 졸업장을 받은 고강민 씨(23)는 이날 수석졸업생의 영광을 안았다. 아버지 고경환 씨(51) 손에는 수석졸업생에게 주어지는 계명대 총장상이 보였다.
지체장애 1급인 고 씨는 4년 대학 재학기간 장학금을 한번도 놓치지 않았다. 전체 8학기 중 5학기의 성적이 만점인 4.5점. 전체 평균 평점 역시 4.5점에 가까울 정도로 뛰어난 학업성적을 거뒀다. 그는 “순전히 컴퓨터와 공부에 대한 열정 때문”이라며 “4년 동안 통학을 도와준 부모님 덕분”이라고 말했다. 고 씨의 특별한 졸업식에는 선배 곽준영 씨(25)도 참석해 졸업장을 받았다. 그는 고 씨가 대학을 다닐 동안 학과수업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우미 역할을 했다. 고 씨의 아버지는 이날 졸업식에 참석해 아들을 뿌듯한 눈길로 바라봤다. 어릴 적 늘 명랑했던 아들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근육세포가 점차 퇴화돼 몸에 힘이 빠지면서 사지를 못 쓰게 됐다. 근이양증으로 알려진 이 병은 보통 20대를 넘기지 못하는 불치병. 하지만 아들은 보란 듯이 이겨냈다. 지금까지 자신의 병과 장애에 대해 단 한번도 낙심하거나 슬퍼한 적이 없다. 아버지는 “오히려 이렇게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에 너무 행복해 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 씨의 공부에 대한 열정은 멈추지 않는다. 계명대 대학원 컴퓨터공학과 진학을 결정한 상태. 그는 “장차 뛰어난 컴퓨터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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