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어머니가 끓여준 떡국 먹으니 꿈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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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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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원들의 뜻깊은 설

손재호 1기사(왼쪽)가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의 어머니 문악이 씨 집을 찾아온 가족 및 친구들에게 피랍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손재호 1기사(왼쪽)가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의 어머니 문악이 씨 집을 찾아온 가족 및 친구들에게 피랍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한국에 돌아와 떡국을 먹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새 삶을 얻었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죠.”

삼호주얼리호 1기사 손재호 씨(53)는 설날인 3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 강사1리 어머니 문악이 씨(81) 집에서 차례를 지냈다. 손 씨는 며칠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탓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성묘를 다녀온 뒤 친척들이 찾아와 한마디씩 덕담을 건네자 그의 얼굴은 금세 밝아졌다. 문 씨는 “이제야 아들이 살아 돌아온 것이 실감 난다”며 연방 아들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피랍 18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눈물의 상봉을 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에게 이번 설날은 어느 해보다 뜻 깊은 명절이었다. 선원들은 사지(死地)에서 살아 돌아온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누며 오랜만에 오붓한 시간을 보냈다.

설날 당일 석해균 선장(58)이 의식을 회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경남 밀양시 무안면 고향마을은 한껏 들뜬 분위기였다. 석 선장의 부모인 석록식(83), 손양자 씨(79)는 둘째 아들 영웅 씨(52) 집에서 차례를 지내려고 했으나 각각 고혈압과 파킨슨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참석하지 못했다. 노부모는 낮 12시경 TV를 통해 석 선장이 눈을 떴다는 소식을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경기 수원시 아주대병원에 있던 석 선장의 부인 최진희 씨(58)와 둘째 아들 현수 씨(31)도 말문을 연 석 선장과 대화를 나누며 기뻐했다. 하지만 석 선장은 이날 두 번의 짧은 가족 면회를 끝으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다시 인공호흡기를 달고 가수면 상태로 돌아갔다. 이 소식을 들은 석 선장 부모는 “우리 아들이 빨리 깨어나야 할 텐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조리장 정상현 씨(57)는 가족과 함께 경남 김해시 자택에서 조촐하게 설을 보냈다. 부인 김정숙 씨(51)는 “정신이 없어 설 차례상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며 “남편과 설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라며 기뻐했다. 정 씨는 “7일경 다른 선원과 함께 석 선장 병문안을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선원들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린 3항사 최진경 씨(25)는 전남 화순군 계소리 집에서 아버지 최영수 씨(52)와 어머니 김미선 씨(51), 누나, 여동생과 차례를 지내며 단란한 한때를 보냈다. 어머니 김 씨는 “아들이 힘들어할까 봐 그때 일은 아예 꺼내지도 못했다”며 “맛있는 것을 해주고 싶은데 아들이 잘 먹지를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화순=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포항=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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