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누명 벗은 경비원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26일 1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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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됐던 70대 노인이 항소심에서 "아이가 상상 속에서 지어낸 거짓말 가능성"인 점이 인정돼 무죄를 선고받았다고 조선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20일 이 같은 항소심 결정은 광주고법 형사법정에서 나왔다. 경비원으로 일하던 광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여덟 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김모(71)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것이다.

2009년 4월 24일 9년째 학교에서 경비 근무를 서던 김 씨가 아이들이 전남 담양으로 봄 소풍을 가기로 한 그날 비가 내리는 바람에 소풍 출발이 1시간 이상 늦어진 가운데 A양을 성추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이 발단이 됐다고 전했다.

이로부터 며칠 뒤 경찰이 김씨를 불렀다는 것. 경찰은 A양 부모가 김 씨를 지목해 '경비원이 딸을 성추행했다'고 고소했다며 그를 추궁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엄마와 목욕을 하던 A양은 엄마가 성기가 부어오른 것을 보고 묻자, "오전에 경비원 할아버지가 그랬다"고 말했다고 한다. A양은 경찰에서 김 씨의 신체 특징을 세세히 진술하고 범행 당시 김 씨가 했다는 말까지 기억한다고 했다.

놀란 김 씨는 혐의를 부인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진술만 있는 이 사건에서 기소 여부는 누구의 말이 더 믿을 만한가에 달려 있었다. 경찰은 여덟살 여자아이의 말을 믿었다. 미성년 성폭행 사건 수사는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대질조사'를 하기 어렵고 피해자의 진술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심 재판부도 "직접 성추행을 당하지 않고는 A양이 그렇게 진술할 수 없다"면서 김 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신상정보를 5년간 일반에 공개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그러나 2심(항소심) 재판부는 소풍날이었던 '당일' 학부모들까지 학교에 있었기에 '보는 눈'이 많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학교 행정실과 범행 현장이라는 경비실은 불과 5m 떨어져 있었다. 외진 곳에 끌고 가 벌이는 일반적인 성폭행과 상황이 많이 달랐던 것이다.

2심은 또 A양이 ▲경찰에선 '성추행당했다고 친구들에게 얘기했다'고 진술했다가 번복했고 ▲'성추행' 이후에도 명랑하게 학교를 잘 다니는 등 일반적인 성폭행 피해자와 다른 양태를 보였던 점도 의심스럽다고 밝혔다고 신문은 전했다.

광주고법 형사1부는 현장 검증까지 한 뒤 김 씨에게 20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초등학교 2학년은 정신적으로 성숙되지 않아 상상 속에서 태연하게 거짓말을 지어낼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며 "A양이 거짓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씨의 아내는 "남편은 출소 후 입원했다. 그간 맘고생 때문에 걸음도 바로 걷기 힘들다고 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는 "하필이면 왜 우리 남편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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