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경남 김해여고 1학년 제민정 양(17)의 심정이다. 제 양은 지난해 5월부터 호텔리어를 꿈꿨다. 호텔리어의 모습은 주로 TV로 접했다. 딱 떨어지는 유니폼을 입고 유창한 영어로 외국인과 대화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호텔리어는 어떤 직업인지, 어떻게 하면 호텔리어가 될 수 있는지 알고자 인터넷 정보를 찾아 헤맸다. 원하는 구체적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런 제 양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신나는 공부’가 주선해 현직 호텔리어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제 양을 돕기 위해 플라자호텔에서 VIP 고객전담으로 활동하는 김보나 씨(26)가 팔을 걷어붙였다. 제 양은 최근 경남 김해에서 KTX를 타고 3시간을 달려와 서울 중구 태평로에 있는 플라자호텔 18층 VIP 전용라운지 회의실에서 김 씨를 만났다. 제 양의 손에는 질문이 빼곡히 적힌 종이 세 장이 들려 있었다.》
호텔리어가 꿈인 경남 김해여고 1학년 제민정 양(왼쪽)이 플라자호텔 호텔리어 김보나 씨를 만났다. 김 씨는 ‘한국 속 외국’같은 분위기에서 일할 수 있는 점을 호텔리어의 매력으로 꼽았다.
“호텔리어는 무슨 일을 하나요?” 제 양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호텔리어라고 하면 추상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보통 호텔 전문경영인이나 현장에서 손님을 안내하는 사람을 떠올리죠. 하지만 호텔리어는 호텔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을 일컫는 말이에요. 구체적인 직종으로만 따지면 150개는 될 거예요. 마케팅, 회계, 인사 같은 사무부서도 있고요. 그런 면에서는 일반기업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김 씨)
김 씨는 현재 VIP 고객전담직원인 CRO(Customer Relation Officer)로 일한다. 김 씨의 근무 장소는 호텔 VIP 전용라운지. VIP 손님의 입실부터 퇴실까지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관리하고 돕는 일이 그의 역할이다. 지난해 열린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기간에 투숙한 외국인 관계자도 담당했다.
김 씨가 호텔리어가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는 대학시절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만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어학연수와 교환학생으로 대만, 스웨덴, 중국 등지를 다녔다. 대학 4학년이던 2008년 여름에는 35일간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도 다녀왔다. 국내에서도 어떻게 하면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한국 속의 외국’을 경험할 수 있는 호텔리어의 길로 들어섰다.
“호텔리어가 되려면 호텔관광학과를 가야 하나요?” 김 씨가 호텔리어가 된 계기를 듣던 제 양이 물었다. 김 씨가 답했다.
“저는 인하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어요. 복수전공으로는 중국어를 공부했고요. 호텔리어가 되는 데 학과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호텔은 호텔 관련 학과를 나온 사람이 절반도 안 될 거예요.”(김 씨)
김 씨는 “학과는 중요하지 않지만 현장근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외국어 실력은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토익, 토플 같은 공인외국어 점수보다는 회화능력이 중요하다. 외국인 손님이 많은 VIP 전용라운지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퇴근할 때까지 한국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는 날도 종종 있다.
“외국어는 꾸준히 공부해야 해요. 영어를 기본으로 제2외국어를 하나 정도 할 수 있으면 좋아요. 다양한 손님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사회이슈에 대한 지식과 상식도 갖춰야 해요. 최근에는 연평도 사건에 대해 물어보는 외국 손님도 있었어요. 그래서 매일 신문을 열심히 보고 있어요.”(김 씨)
“현장근무를 하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할 텐데 내성적이면 하기 어려울까요?” 제 양은 다소 내성적인 자기성격이 호텔리어가 되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김 씨는 문제없다고 제 양을 안심시켰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더라도 적극적인 태도는 중요할 거예요. 호텔리어는 고객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먼저 다가가는 적극성이 필요해요. 하지만 내성적 성격이라고 호텔리어가 될 수 없는 건 아니에요. 누구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김 씨)
김 씨가 생각하는 호텔리어의 매력은 뭘까? 그는 호텔을 대표하는 역할을 넘어 ‘민간외교관’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외국 손님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은 호텔이에요. 한국에 대한 첫인상을 호텔리어가 좌우할 수 있죠. 사실 저는 평소에는 발랄한 성격이에요. 하지만 호텔 유니폼을 입으면 변신을 하죠(웃음).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조심하게 돼요.”(김 씨)
호텔에 따라 다르지만 현장근무자는 수시로 채용하는 편. 호텔 사무 관련 직원은 주로 공채를 통해 뽑는다. 김 씨는 수시채용 과정을 거쳐 플라자호텔 호텔리어가 됐다. 서류전형, 외국어회화 실력평가, 실무 및 임원진 면접을 거쳤다.
호텔리어의 근무부서 이동은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저도 지금은 VIP 전용라운지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희망에 따라 다른 부서에서 일할 기회도 있어요. 그래서 지난해부터는 호텔경영 이론을 공부하려고 세종대 호텔관광경영대학원을 다녀요.”(김 씨)
“호텔리어가 되고 싶은 고교생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제 양)
“적극적으로 많은 경험을 쌓아보세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꼭 외국에 나가지 않아도 G20 정상회의 같은 국제행사가 있을 때 봉사활동을 하면 도움이 될 거예요. 더 구체적으로 궁금한 점은 현장 호텔리어를 찾아 물어보며 적극적으로 부딪쳐 보세요.”(김 씨)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김보나 플라자호텔 호텔리어를 만나 인터뷰한 경남 김해여고 1학년 제민정 양은 고교생을 위한 국내 유일의 주간신문 ‘P·A·S·S’(사진)의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 양처럼 P·A·S·S 고교생 기자가 되면 영화감독, PD 등 전문가나 사회 저명인사, 인기 연예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소중한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1000명 가까운 고교생이 P·A·S·S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P·A·S·S는 매주 월요일 전국 고등학교에 무료 배포됩니다. 원하는 고교는 지금 신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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