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바다콜센터로 낙도생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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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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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이동 민원선’ 취항 1년

서해안의 대표적 낙도인 경기 안산시 단원구 풍도와 육도에 1년 전부터 어업지도선을 이용한 ‘바다 콜센터’가 다니면서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풍도를 방문한 의료봉사단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 경기도
서해안의 대표적 낙도인 경기 안산시 단원구 풍도와 육도에 1년 전부터 어업지도선을 이용한 ‘바다 콜센터’가 다니면서 주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풍도를 방문한 의료봉사단이 주민들을 진료하고 있다. 사진 제공 경기도
경기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서해안의 작은 섬 풍도와 육도의 주소다. 경기도에 있는 섬이지만 정작 경기도로 가는 정기여객선은 없다. 매일 한 차례 오는 배는 두 섬을 거친 뒤 2시간이나 걸려 인천 연안부두로 향한다. 관할 행정기관인 안산시나 경기도에 민원이 있으면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와야 한다. 가끔 안산시 공무원들이 어선을 빌려 들어오지만 한 달에 1, 2회가 고작. 이렇게 답답했던 상황은 1년 전부터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바다에 ‘콜센터’가 떴어요”

지난해 1월 11일 풍도, 육도 주민을 위한 ‘경기 바다 콜센터’가 운항을 시작했다. 경기도가 두 섬 주민들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안산시 단원구 탄도항에서 두 섬을 오가는 ‘이동 민원선’을 띄운 것. 80t짜리 경기도 어업지도선과 18t짜리 안산시 어업지도선이 평일 한 차례씩 교대로 운항한다. 두 섬에 사는 90여 가구 170여 명의 주민은 바다 콜센터를 타고 오는 공무원들을 통해 각종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현지에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민원은 배를 타고 안산시에 나가 처리할 수 있다. 운임은 무료다.

행정서비스뿐 아니라 의료, 이미용,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단체 및 기관이 방문해 주민들을 도왔다.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 의료진 20여 명은 지난해 두 섬을 네 차례 방문해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치료해줬다. 또 경기도문화예술단은 풍도와 육도를 돌며 무료로 공연을 펼쳤다.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교육도 18회나 이뤄졌다.

20년 전 결혼과 함께 남편을 따라 풍도에 정착한 김수연 씨(45·여)에게는 최근 1년간 섬에 일어난 변화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김 씨가 처음 풍도에 살던 때만 해도 육지로 나가려면 이틀에 한 번 출발하는 배를 타야만 했다. 이제는 원하기만 하면 매일 가까운 탄도항을 통해 육지에 갈 수 있다. 특히 2008년부터 두 섬을 관할하는 통장으로 일하는 김 씨에게 바다 콜센터는 편리한 ‘발’이자 든든한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마음만 먹으면 어느 날이라도 육지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늘 든든하다”며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주민들의 마음까지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올해 말 ‘전용선’ 건조

지난 1년 동안 바다 콜센터는 100여 회를 오가며 1200여 명을 실어날랐다. 이 가운데 공무원은 420여 명, 민원인이 200여 명에 이른다. 문화예술단원과 경찰, 자원봉사 대학생도 500명을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불편한 점은 많다. 현재 운항 중인 경기도 어업지도선은 1993년에 건조한 구형 선박이어서 두 섬의 나루에 접안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섬에서 수백 m 떨어진 곳에 배를 정박한 뒤 다른 배로 사람을 옮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올해 말까지 바다 콜센터 기능에 적합한 ‘다기능 행정선’ 건조를 추진 중이다. 다기능 행정선은 수심이 얕은 서해안에서도 언제든지 운항이 가능한 선박으로 응급환자 수송이나 해양오염 사고에도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또 풍도, 육도에 행정선뿐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선박이 계류할 수 있는 나루도 새로 만들 예정이다.

배헌철 경기도 해양수산과장은 “바다 콜센터는 소외된 곳을 먼저 챙기려는 대표적인 현장행정 사업”이라며 “앞으로 우편 및 생필품 운송과 학생, 군인 여객업무도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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