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달서구청의 ‘라디오 스타’

  • 동아일보

구청내 방송국 개국… “주민센터-도서관까지 확대해 훈훈한 소식 전할것”

“행복스튜디오 시작합니다” 대구 달서구 내 방송국 ‘행복스튜디오’에서 주민생활지원과 소속 최주일 씨(35·왼쪽)와 안유경 씨(37·여)가 시험 방송을 준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달서구
“행복스튜디오 시작합니다” 대구 달서구 내 방송국 ‘행복스튜디오’에서 주민생활지원과 소속 최주일 씨(35·왼쪽)와 안유경 씨(37·여)가 시험 방송을 준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달서구
17일 낮 12시 40분경 대구 달서구청 4층 방송실. 2명의 직원이 방송 장비를 체크하느라, 목소리를 가다듬느라 분주했다. 약 16m²(5평) 공간에 음악 콘솔과 컴퓨터, 마이크 2개가 설치돼 있었다. 방송 장비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시설이지만 임하는 직원들의 눈빛은 전문가 못지않다. 클래식 배경 음악이 끝나자 여자 아나운서의 감미로운 멘트가 이어졌다. “설레는 저의 첫 방송, 오늘 주제는 새해 각오입니다.”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져라 보면서 마이크와 음악 출력을 확인하는 PD의 손놀림도 빨라졌다.

하지만 곧 음악이 끊어지거나 잡음이 들어가는 방송 실수가 발생했다. 방송국 직원들이 허둥대던 그 시간 구청 사무실에서는 동료들의 웃음꽃이 피었다. 일부는 박수로 응원하는 모습도 보였다. 방송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전 구청 공무원들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대구 달서구가 이달 5일 사내 방송국을 개국했다. 순전히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추진력의 결실이다. 1년여 준비 끝에 첫 방송을 시작하면서 구청 안은 방송국 얘기로 떠들썩하다. 방송국 이름은 ‘행복스튜디오’이다. 행복하고 즐거운 직장 분위기를 만들자는 취지다. 직원들 사기 향상이 곧 행정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도 한몫을 했다.

직원 간 소통과 연대 의식을 키우자는 목표도 뚜렷하다. PD 4명, 아나운서 8명, 작가 12명 등 모두 24명이 참여했다. 부서도 다르고 직급도 다양하다. 이들은 사전에 모여서 주제를 정하고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고 있다. 스스로 회비도 거둬서 방송국 운영비로 보탠다.

지금은 걸음마 단계라 여행지 안내, 음악과 사연 소개를 주로 한다. 방송 시간은 낮 12시 40분부터 1시까지 20분간. 1월 첫 방송 주제는 ‘시작’이었다.

출발은 미미하지만 방송국 직원들의 꿈은 크다. 약 2개월간 시범 방송을 거친 후 3월부터는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동료들에게 방송 횟수, 프로그램 등에 대한 의견도 수렴한다. 조만간 총 4500여만 원의 예산을 들여서 24개 동 주민센터와 4개 구립도서관, 달서구 첨단문화회관 등에도 방송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때부터 승진, 결혼, 출산 등 소소한 소식도 방송에 담는다. 말 그대로 전 직원의 소통창구가 되는 셈이다. 특히 주민들을 위한 행정안내나 공지사항 홍보를 방송에서 활용키로 했다. 각계 유명 인사를 초청해 인터뷰를 하는 시간도 마련한다. 첫 출연자는 곽대훈 구청장이 될 것 같다고 방송국 측은 설명했다.

조서환 행복스튜디오 회장(경제과 지식재산팀장)은 “방송국을 통해 또 다른 가족인 동료들과 소통하고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직장 분위기를 조성할 생각”이라며 “직원 행복이 주민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사내 방송국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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