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 서예, 예절 등 최근 겨울방학을 맞아 고전 및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강좌가 잇달아 열리고 있다. 방학 기간 중 옛것을 통해 인격 수양을 하려는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 프로그램들을 주로 수강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방배1동 주민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어린이 사물놀이 교실’. 사진 제공 서초구
“우리 같이 ‘논어’ 공부해 볼까?” 주부 고성희 씨(41)의 제안에 연년생 남매 황서윤 양(11)과 황지석 군(10)은 엄마의 눈만 멀뚱멀뚱 쳐다봤다. 온라인 게임, 아이돌 가수에 빠져 있는 초등학생 남매에게 한자, 그것도 논어를 함께 배워보자는 말은 매력적으로 들리지 않았을 터.
고 씨는 이달 초 동네(서울 성북구 길음동)에서 열린 전통 문화 체험 프로그램에 아이들과 함께 참여했다. 그곳에서 만난 할아버지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논어 ‘학이편(學而篇)’ 대목을 가르쳤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 성동구 마장동 청계천문화관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논어를 가르치는 ‘청계서당’ 소식을 들었다. 10회 수업비는 모두 무료.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 옥편 대신 전자사전 들고
청계서당 첫 수업이 열린 5일 오후 2시. 평일(수요일)임에도 초등학생들과 학부모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한문학자 서지원 선생이 ‘훈장’으로 나섰다. A4 용지 8장에 빽빽이 들어선 한자를 본 아이들은 수업 전부터 “아휴∼”하는 한숨을 터뜨렸다.
낯설어하는 아이들을 잡아준 건 함께 수업에 참여한 아빠 엄마들이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같은 한자를 함께 읽는 동안에도 부모들은 “이건 무슨 한자일까?”라며 코치를 해주었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세대답게 아이들은 옥편 대신 전자사전 자판을 꾹꾹 누르며 한자를 찾았다.
청계서당은 서울시역사박물관 산하 청계천문화관에서 올해 처음으로 진행하는 한문 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주영 청계천문화관 학예연구사는 “단순한 한자 암기가 아니라 국어 영어 수학 위주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고전을 통한 삶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학부모들 대부분은 영어 수학 등 아이들의 학원 수업을 포기하고 왔다. 경북 경산에서 올라왔다는 주부 조종임 씨(43)와 중학생 아들 김창진 군(13)도 마찬가지다. 조 씨는 방학 때만 되면 서울에 와 박물관 견학, 한문 교실 등 주로 ‘고전’ 프로그램을 아들과 함께 듣는다.
○ 옛것을 통해 ‘기본’을 배우다
‘옛것’ 열풍은 방학 기간 중 고전을 통해 인격적으로 재충전하려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열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청계서당과 함께 청계천문화관에서 열리는 한글 서예 프로그램 ‘묵향에 취하여’에도 초등학생과 학부모 40명이 몰렸다.
초등학생들에게 옛것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은 동네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는 소학, 명심보감 등 고전과 생활 예절을 함께 배우는 ‘한문·예절 교실’이 구 관할 14개 동주민센터와 복지관 4곳 등 총 18곳에서 무료로 열리고 있다.
‘우리 소리’를 배우는 초등학생들도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1동 주민센터에서 열리는 ‘어린이 사물놀이 교실’은 장구, 북, 꽹과리 등 우리나라 전통악기 연주법을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고선재 방배1동장은 “초등학생들이 사물놀이를 통해 협동심과 배려심을 배우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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