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장하고… 車갈아타고… 강前청장 숨바꼭질 새벽 귀갓길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월 12일 03시 00분


건설현장 식당(일명 함바집) 비리 사건과 관련해 서울동부지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얼굴은 굳어 있었다. 전날 오후 2시경 검찰청사에 도착해 11일 오전 1시 반경까지 11시간여 조사를 받은 강 전 청장은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을 뒤로한 채 청사 정문으로 나와 대기해 있던 오피러스 승용차에 올라탔다.

취재진 차량이 뒤따르자 오피러스 차량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검찰 청사를 벗어난 뒤 잠실대교를 건너 코엑스 방향으로 잠실대로를 질주했다. 지하철 2호선 삼성역 사거리에서 영동대교 방면으로 급하게 우회전을 한 차량은 영동대교를 건너 강변북로로 진입해서는 반포대교까지 20분가량을 수시로 차로를 바꿔가며 내달렸다. 반포대교를 건너 다시 강남 방면으로 들어선 차량은 고속터미널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한 다음 아파트가 밀집돼 있는 지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날 오전 2시경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오피러스 승용차 뒷좌석 문이 열렸다. 출석 당시 입고 있던 베이지색 코트를 검은색 점퍼로 갈아입고, 흰머리를 가릴 정도로 짙은 색 벙거지를 깊게 눌러쓴 강 전 청장은 20여 m를 쏜살같이 달려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 반대편 일방통행 길에서 대기하고 있던 구형 SM5 차량으로 갈아탔다. 부인 소유로 알려진 구형 SM5 차량에 탄 강 전 청장은 “빨리 출발해!”라고 짧게 외쳤다. 교란용으로 보이는 신형 SM5 승용차 한 대도 바로 뒤에 정차돼 있었는데, 그가 차에 오르자마자 두 대의 차량이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졌다. 이후 기자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 강 전 청장의 자택 앞에서 1시간여를 기다렸지만 강 전 청장을 만날 수는 없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동영상=강희락 검찰 출석…“물의 일으켜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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