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서울 서초구청 아이패드 행정

  • 동아일보

다들 태블릿PC를 꺼냈다
회의가 스마∼트 해졌다

7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구청 5층 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 책상 위에는 검은색 결재판 모양의 도구 9개, 커피 잔 9개뿐. 책상 위에 으레 쌓아두었던 서류는 한 장도 없었다. 텅 빈 책상 앞에 앉은 진익철 서초구청장과 8명의 구청 간부는 결재판 모양의 도구 커버를 열었다. 그 속에서 나온 것은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 검지로 9.7인치 화면을 누르자 이날 회의 자료인 ‘확대간부회의 파워포인트(PPT)’ 파일 3개가 화면에 나타났다.

○ 종이 대신 ‘아이패드’ 든 공무원들

서초구가 아이패드 회의를 시작한 것은 5일부터. 구청 내 5급 이상 간부 8명에게 아이패드를 나눠주고 이를 회의에 이용한 사례는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중 처음이다. 구청 내 종이 사용량이 2009년 985만5000장, 2010년 1079만7500장으로 매년 늘자 진 구청장은 “아예 종이를 없애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마침 휴대하기 간편한 태블릿PC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들은 진 구청장은 간부회의 때 시범적으로 써보자며 서울시로부터 받은 사업 포상금으로 총 8대의 아이패드를 구입했다.

이들은 안건 검토부터 내용 수정, 메모, e메일 전송 등 회의 중 일어나는 업무 대부분을 아이패드로 처리하고 있다. 1주일밖에 되지 않았지만 변화는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회의 도중 진 구청장이 방배동 가야병원에 복합문화시설을 짓는 내용을 묻자 담당자들은 아이패드 속 인터넷 메뉴를 눌러 바로 검색해 보고했다. 노트북 키보드 입력이 어려워 낑낑대던 국장들도 직접 화면에 대고 글을 쓰면 바로 저장되는 아이패드 내 ‘펜글씨 입력’ 메뉴를 이용하고 있다.

○ 슬림화 외치는 ‘태블릿 행정’… 효과는 아직

태블릿PC를 이용해 업무를 보는 이른바 ‘태블릿 행정’의 핵심은 불필요한 요소를 줄이는 것. 지방자치단체를 비롯한 공공기관 공무원들은 서류 회의, 노트북 회의, 화상 회의 등의 단계를 거치면서 스스로 업무 슬림화를 강조해왔다.

이러한 행정 슬림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스마트폰 열풍이 일면서부터다.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보고가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업무는 물론이고 각종 행정 및 사건 사고 등까지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게 된 것. 아이패드, 갤럭시탭 등 태블릿PC는 실시간 행정의 가장 최신 버전인 셈이다. 현재 서초구 외에도 종로구 중구 강남구 등이 태블릿PC를 이용한 ‘태블릿 행정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태블릿PC 도입으로 나타난 큰 혁신 사례가 아직 없다보니 현재처럼 단순 기기 도입만으로는 ‘예산 낭비’, ‘전시 행정’으로 비칠 우려가 있다”며 “회의 시간 줄이기, 주민 참여, 실시간 현장 업무 등 구체적인 기준과 목표를 정해놓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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