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우리 시군 경쟁력은’]커뮤니티비즈니스가 지역의 미래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9일 03시 00분


히메지市 토속음식 ‘오뎅’ 브랜드화… 캐릭터도 개발 年 7억엔 매출
■ 日 지자체의 성공 사례

일본 효고 현 히메지 시 주민들은 2006년 지역의 독특한 식문화에 착안해 ‘히메지 오뎅’ 브랜드를 개발했다.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히메지 주민들은 ‘히메지 오뎅’의 유래를 알리는 스토리텔링과 홍보활동으로 지역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사진 제공 히메지오뎅조합
일본 효고 현 히메지 시 주민들은 2006년 지역의 독특한 식문화에 착안해 ‘히메지 오뎅’ 브랜드를 개발했다.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목적이었다. 히메지 주민들은 ‘히메지 오뎅’의 유래를 알리는 스토리텔링과 홍보활동으로 지역 브랜드를 키우고 있다. 사진 제공 히메지오뎅조합
일본 효고(兵庫) 현 히메지(姬路) 시에는 특별한 어묵(오뎅)이 있다. 지역 브랜드인 ‘히메지 오뎅’이다. 오뎅 맛은 다른 지역과 비슷하지만 생강을 섞은 간장에 찍어 먹는 점이 다르다. 히메지 주민들은 이 오뎅 먹는 법을 사업화했다. 2006년 ‘히메지오뎅 탐험대’라는 단체를 조직하고 히메지 오뎅의 유래와 요리법을 정리해 ‘생강 간장에 찍어 먹는 오뎅’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만들었다. 이어 휴대전화 줄, 성냥, 케이크 등 각종 캐릭터 상품도 개발했다. 대규모 음식축제도 열었다. 현재 히메지 오뎅 가맹점은 60여 곳이다. 연간 7억 엔(약 95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마에카와 유지(前川裕司) 히메지오뎅협동조합 이사장은 “히메지 오뎅은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비즈니스(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 모델”이라며 “지역 내 33개 단체가 조합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와 지역 경기 침체에 고전하던 일본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중앙정부의 지원이나 기업 투자에만 의존하지 않고 지역 자원을 활용해 지역 주민의 손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 풀뿌리 기업가 정신 키운다

커뮤니티 비즈니스는 공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추구하지만 지역을 기반으로 지역 문제 해결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과 다르다. 일본 전역에 커뮤니티 비즈니스와 관련된 4만여 개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효고 현에만 1542개 단체가 있다.

효고 현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999년부터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 공모전을 열고 있다. 입상 단체에는 100만 엔의 창업 자금을 지원한다. 15년 전 한신대지진 피해를 겪으며 붕괴된 지역 공동체를 재건하고, 지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다.

일본 시가현립대 학생들은 지역 마을 공동체를 재건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실험하고 있다. 학생들이 마을의 빈집을 개조해 기숙사 겸 경로당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 경로당의 운영비는 이곳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숙박비로 충당한다. 시가=박용 기자 parky@donga.com
일본 시가현립대 학생들은 지역 마을 공동체를 재건하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실험하고 있다. 학생들이 마을의 빈집을 개조해 기숙사 겸 경로당을 만들어 노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 경로당의 운영비는 이곳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숙박비로 충당한다. 시가=박용 기자 parky@donga.com
올해 8월 고베(神戶) 시 모토마치(元町) 상점가에 문을 연 소극장 ‘모토마치영화관’도 공모전에 입상해 창업 자금을 지원받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단체다. 이 극장은 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아시아 영화 등 대형 극장이 외면하는 영화를 주로 상영한다. 후지시마 준지(藤島順二) 영화관 지배인은 “사업을 유지하면서 주민에게 다양한 영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 창업 불씨를 일으키는 중간지원 조직

사업 경험이 부족한 지역 주민의 힘만으로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효고 현은 지역별로 사업계획서 작성, 법인 설립, 재무 회계 등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과 운영을 돕는 비영리법인 형태의 중간지원조직 6곳을 지원하고 있다. 이들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지난해 104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 단체가 창업했고, 955명의 일자리가 늘었다.

지역 초등학생들이 그린 그림을 소재로 액세서리를 만드는 고베 시 문화예술단체인 캔나우도 중간지원 조직의 도움으로 창업했다.

다치바나 유코(橋裕子) 대표이사는 “어린이회화 교실을 운영하다가 중간지원조직의 도움을 받아 ‘어린이의 힘으로 밝은 마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캔나우는 디자인을 하고 액세서리 제작은 장애인들이 맡는다.

극복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도쿠라 히로토시(計倉浩壽) 효고 현 주간은 “커뮤니티 비즈니스 단체들은 자금과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며 “10명 미만의 단체가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전담 직원도 40, 50대 여성이나 60대 이상 퇴직 남성이 많다”고 말했다.

○ 창업 인재 키우는 지역 거점대학

일본 정부는 지역의 인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05년 ‘지역재생 인재창출’ 전략을 수립하고 10개 대학을 거점대학으로 지정했다. 이들 대학에는 연간 4500만 엔의 지원금을 준다. 이 거점 대학은 현재 53개로 늘었다. 거점 대학 중 하나인 시가(滋賀) 현 시가현립대는 1년 과정의 커뮤니티 설계사 지역재생 과정을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들은 지역 진단법, 지역재생학,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등 커뮤니티 비즈니스 창업과 운영에 필요한 실무 교육을 받는다. 현재 42명이 졸업했고,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커뮤니티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카이 오사무(제飼修) 시가현립대 교수는 “지역을 잘 알아야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발상의 전환을 할 수 있다”며 “공익성과 사업성을 갖춘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육성하려면 지역을 잘 아는 인재부터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효고·시가=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국내 성공사례 전북 완주 공동체회사 100개 추진
안덕파워빌리지, 황토방 등 운영 올 매출 8억


국내에서도 ‘커뮤니티 비즈니스(자립형 지역공동체사업)’가 지역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 안덕마을에 조성된 ‘안덕파워빌리지’. 마을로 들어서는 길 양쪽에는 주민들이 직접 쌓은 돌담과 재활용 목재로 지은 한옥 마을센터가 서 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황토방, 황토찜질방, 농가레스토랑 등에는 평일 오후에도 외지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국내 대표적인 커뮤니티 비즈니스 성공 사례로 꼽히는 안덕파워빌리지는 주민 56명이 공동 출자해 지난해 설립했다. 주민 11명은 자신들이 세운 회사에서 일한다. 올해 안덕파워빌리지는 8억 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완주군은 올해 6월 폐교를 개조해 국내에선 처음으로 ‘지역경제순환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70개가 넘는 마을공동체 사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직이다. 센터 내에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지원센터, 마을회사 육성센터 등 5개의 소 센터가 있다. 각 센터 책임자는 대부분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이다. 센터는 판로가 없던 주민들의 소규모 경작 농산물을 모아서 소비자에게 대신 판매해주는 ‘꾸러미 사업’ 등 다양한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나영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장은 “단순히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에 선순환이 일어나기 힘들다”며 “지역 주민이 스스로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행정과 주민을 연결해주는 중간지원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완주군은 마을공동체 회사 100개 만들기 사업과 함께 마을 노인들이 일하면서 소득을 올릴 수 있는 ‘두레농장’ 사업 등 혁신적인 사업들을 펼치고 있다. 군 행정조직도 개편해 ‘농촌활력과’, ‘마을회사계’, ‘커뮤니티비즈니스계’ 등을 신설했다. 이 같은 노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중앙정부의 지원과 다른 시군의 견학이 이어지고 있다.
▼ 농촌경제硏 오세익 원장 “RCI평가는 각 시군 역량진단 기초자료”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오세익 원장은 8일 “지역이 발전하려면 다른 지역을 무작정 따라하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동아일보 지역경쟁력센터,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와 공동으로 전국 163개 기초생활권 시군의 경쟁력지수(RCI)를 평가해 최근 발표했다.

오 원장은 “RCI는 각 시군이 어떤 역량을 갖고 있는지를 진단하기 위한 기초자료”라며 “이를 토대로 자신의 역량에 맞는 전략과 비전을 만들어 실천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CI 개발과 평가 작업을 이끈 송미령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RCI 평가는 시군을 줄 세우려는 게 아니라 잘하는 곳은 격려하고 부족한 지역에는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 연구위원은 “지역 주민과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통계자료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지역의 경쟁력도 반영할 수 있도록 평가방법을 선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RCI 평가 결과가 발표되자 지역 주민과 시군, 정치권에서 세부 평가 결과를 묻는 전화가 쇄도했다. 50위권에 들지 못한 지역에서도 순위 문의가 이어졌다. 인구대비 축제경비 1위로 평가된 강원 양구군은 “축제경비 항목에 주민 체육대회 등 다른 행사 비용도 포함됐다”고 알려왔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특별취재팀>
▽팀장=조용우 지역경쟁력센터장 woogija@donga.com
▽미래전략연구소=김유영 박용 배극인 하정민 한인재 기자
▽한국농촌경제연구원=김광선 성주인 송미령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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