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논술이다” 고액 논술학원에 수험생 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21일 0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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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당 10만원대 대형학원엔 전국서 몰려강남 오피스텔서 초고액 과외 소문도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되면서 수능 성적에 불안감을 느낀 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정시보다 수시 2차에 기대를 걸고 논술학원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특히 수리가형 1등급 커트라인이 10점 가까이 떨어지는 것으로 예측되는 등 점수 급락 조짐까지 보이자 초조해진 수험생들이 논술·구술면접 기회를 절대 놓칠 수없다며 '묻지마 지원'에 나서는 등 일부 과열 양상도 보이고 있다.

학원가 일각에서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회당 수십만원대 소규모 고액 논술과외가 성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학원 논술 강좌에 빈자리가 거의 없는 반면 나름대로 정예를 표방하는 중소형 논술 전문학원에는 의외로 자리가 남는 점에 비춰 '맞춤형 특강'을 원하는 수요가 강남 고급 오피스텔 등에서 은밀히 진행되는 소규모 고액과외 쪽으로 선회했다는 얘기도 나돌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장삿속만 챙기겠다며 무허가 논술반을 급조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명대 논술반 한 달 전 마감=21일 서울시내 학원가와 학부모들에 따르면 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은 이달 하순부터 다음 달초 사이에 집중적으로 몰린 수도권 주요 대학들의 수시 2차 논술과 구술면접을 대비하러 너도나도 학원을 찾는 분위기다.

논술학원 수강료는 한 반 인원 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다른 과목에 비해 대체로 매우 비싼 편이다. 하지만 대형학원은 이미 등록이 끝난 곳이 다수 있었다.

19일 만난 강남구 대치동의 대형 논술학원 홍모(33) 강사는 "수강료는 회당 11만원이다. 오늘만 해도 문의 전화가 수십 통이나 왔는데 이미 접수가 끝났다. 고려대반의 경우 이미 한 달 전에 마감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번 수능이 어렵게 나오면서 아이들이 수시 2차에 무차별 지원하는 분위기"라며 "수시 2차의 경우 논술보다는 구술면접 위주인데 이 때문에 구술면접 코스를 운영하는 논술학원이 대박 나고 있다는 얘기가 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구술면접 대비 강의를 하는 대치동의 한 학원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몰리고 있다.

한 학부모는 "교실이 모자라 옆 건물까지 빌려서 수업하는데, 지방에서 온 학부모는 아이들이 강의를 듣는 동안 학원 밖에서 짐을 싸들고 기다리고 있을 정도"라며 "2시간30분씩 8차례 진행하는데 42만원이다. 일대일 첨삭지도 형태도 아니고 한 교실에 70명이나 되는데 거의 폭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대입 전문학원 메가스터디도 강남과 서초 직영학원 두 곳에 수능 다음날인 19일부터 수시 2차 대비 논술강좌를 개강했는데 대부분 정원이 찼다.

이 학원 관계자는 "온라인 강좌 수강료는 2만원대이지만 직접 학원을 찾아 풀타임으로 수업을 들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생각하는 학생도 꽤 된다"고 말했다.

●'부르는 게 값' 초고액 과외=대형학원에 학생들이 몰리는 반면 수강료가 상대적으로 더 비싼 중소형 학원은 오히려 여유가 있는 편이다.

대치동 I논술학원 서울대반의 경우 한 차례 강의에 30여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는데 10명 내외의 정원이 아직 차지 않았다.

같은 지역의 S논술학원도 서울대반은 총 5회 강의에 회당 24만원, 다른 반은 15만원씩 받고 있는데 역시 자리가 마감되지 않았다.

이처럼 중소형 전문학원의 인기가 대형학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이 수강료가 훨씬 더 비싼 소규모 고액과외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S논술학원 김모 실장은 "우리도 소수정예를 표방하지만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에 숨어서 하는 소규모 고액과외에는 밀린다. 좀 어중간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황병원 강서고 3학년 학생부장도 "오피스텔을 빌려 합숙을 하며 지원 대학의 전형에 맞춰 집중적으로 교육을 하는 곳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허가로 급조된 논술반도=수시 2차 대비 논술학원이 이처럼 인기를 끌면서 학부모나 수험생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무허가 논술반을 급조하는 등 '한몫 챙기기'에 나선 학원도 등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동의 K논술학원 관계자는 "수능 끝나고 수시 논술을 볼 시즌이 되면 허가받지않고 수업하는 학원이나 강사도 많다"고 귀띔했다.

도봉구에 사는 학부모 홍모(47·여)씨도 "둘째 딸을 중계동의 논술학원에 보내는데 말은 전문학원이라고 하지만 수능 끝나고 급하게 편성된 것 같다"며 "선생님이나 프로그램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없지만 그냥 학원이라 믿고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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