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메트로 엿보기]‘장군님은 탈의중’ 서울시의 빙그레 아이디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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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까지 이틀에 걸쳐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던 이순신 장군 동상이 42년 만에 자리를 옮겼습니다. 격변의 현대사를 묵묵히 지켜봤던 ‘장군’을 내시경으로 검사해보니 온통 녹슬고 금이 가 대대적인 ‘치료’가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상징이었던 만큼 크레인이 동원되고 저진동 트레일러로 옮기는 과정 자체도 시민들에게는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한데 ‘장군’이 떠난 자리의 가림막이 눈길을 확 잡아끌었습니다. 의류 매장의 탈의실을 연상하게 하는 모양에 문 위쪽으로는 갑옷이 걸쳐져 있고 앞에는 ‘탈의 중’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마치 ‘장군께서 용무가 있어 갑옷을 갈아입으시나보다’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경직된 공무원사회에서 어떻게 이런 창의적인 작품을 가림막으로 설치했는지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내 공사현장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가림막은 서울시의 정책 홍보 내용으로 가득한데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던 자리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아이디어 작품이 자리 잡고 있으니 말입니다.

잘못하면 ‘장군을 소재로 코미디 하느냐’ ‘성웅 이순신을 희화화하느냐’는 논란이나 비판이 쏟아질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광화문광장을 놓고 벌어졌던 세세한 논란을 생각하면 공무원들이 굳이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가 화를 자초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동상 보수를 담당한 서울시 균형발전추진단은 딱딱한 가림막 대신 여유롭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새로운 작품을 동상이 서 있던 자리에 세웠습니다. ‘장군’이 치료를 위해 잠시 갑옷을 벗어 놓은 장면을 보며 빙그레 웃음 짓는 시민이 적지 않은 듯합니다.

동상 이전 실무 책임자인 이용심 서울시 균형발전1팀장은 “사실 논란이나 비판이 우려돼 주저하다 새로운 시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설치한 것”이라며 “시민들의 반응이 좋으면 놓아두고 비판이 쏟아지면 교체할 것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탈의 중’ 가림막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계속 지켜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바꾸자고 하시겠습니까.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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