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40년만의 수학여행, 추억에 빠져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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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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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 대상 ‘추억의 경주여행’ 만든 진병길 신라문화원장

경주 신라문화원 앞에 선 진병길 원장. 그는 “정성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경주가 사랑받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경주 신라문화원 앞에 선 진병길 원장. 그는 “정성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감동을 줄 수 있어야 경주가 사랑받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최근 서울 인창고 동기생 80여 명이 졸업 40년 만에 경북 경주시를 찾았다. 1970년 10월 서울에서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려다 열차사고로 10여 명이 숨지면서 수학여행이 취소된 아픈 사연이 있었다. 졸업생들은 교복을 입고 경주에서 아쉬움과 반가움이 뒤섞인 추억을 나눴다. 이 행사가 가능했던 것은 사단법인 신라문화원이 마련한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경주 대릉원 옆 신라문화원에서 만난 진병길 원장(45)은 “이 같은 프로그램으로 경주가 세대를 이어 찾고 싶어 하는 문화유산의 도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은 진 원장이 경주 관광객이 줄어드는 것을 보고 고민을 거듭하다 개발했다. 2007년 봄부터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는 지금까지 전국 30여 개 학교 졸업생 2000여 명이 참가했으며 다음 달까지 예약이 이어져 있다. 특히 ‘교복’을 입었던 세대에게 잔잔한 추억을 되살려 주는 게 장점이다. 비영리 단체여서 교복(남녀 각 100벌)은 경북도와 경주시 지원으로 마련했다.

경주 출신인 진 원장이 1993년 3월 경주지역 종교계와 문화예술계 인사 50여 명의 도움으로 신라문화원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이어오는 프로그램은 경주문화기행, 어린이문화학교, 1가족 1문화재 가꾸기 등 수십 가지. 1994년 가을부터 시작한 ‘달빛신라역사기행’은 매년 5000여 명이 참가할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을 그를 포함한 직원 4명이 맡아 진행한다. 2008년에는 대릉원 옆에 신라문화체험장을 열었다. 2002년에는 문화관광을 통한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한 ‘경주시니어클럽’을 정부로부터 지정받았다. 이 클럽에도 노인 6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경주 문화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은 대학생(동국대 경주캠퍼스 국사학과) 때 싹을 틔웠다. 진 원장은 “대학생 때 ‘마지막 신라인’으로 불리던 고청 윤경렬 선생(1916∼1999)의 신라 문화에 대한 애정에 큰 자극을 받았다”며 “끊임없이 고민하고 연구하지 않으면 경주문화를 관광으로 연결해 사랑받도록 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17년째 신라문화원을 이끌며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걱정도 깊다. 관광 패턴이 많이 바뀌면서 경주에 더 많은 관광객이 찾도록 하는 과제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추억의 수학여행이나 달빛역사기행에 참가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니면서 사진 찍어주기 등 온갖 뒷바라지를 하는 것도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즐거움과 감동을 받도록 지극 정성으로 맞는 것이 경주관광의 매력이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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