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달라진 영재교육원 선발방식-대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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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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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교육원 관찰추천… 교사는 눈여겨본다, 1학기부터 모든 수업을

영재학급과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은 올해부터 지원대상자를 100% 관찰추천된 경우로 한정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수업태도, 창의성, 문제해결력 등을 관찰하고 학부모 추천서, 동료(친구) 추천을 참고해 관찰대상자를 선정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영재학급과 대학부설 영재교육원은 올해부터 지원대상자를 100% 관찰추천된 경우로 한정한다. 담임교사는 학생의 수업태도, 창의성, 문제해결력 등을 관찰하고 학부모 추천서, 동료(친구) 추천을 참고해 관찰대상자를 선정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자녀를 영재교육원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에게 요즘 초미의 관심사는 ‘관찰추천’이라는 생소한 단어다. 관찰추천은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반 학생을 관찰 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관찰대상자’를 선정해 학교에 추천하는 것. 학교는 이렇게 추천된 각 반의 관찰대상자들 중 일부를 선정해 영재교육원 입시에 도전할 기회를 주게 된다. 사교육의 도움 없이 평소 학급에서 보여주는 영재성만으로도 영재교육원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전형 방식. 영재학급과 대학 부설 영재교육원은 올해부터 지원 대상자를 100% 관찰추천된 경우로 한정하기로 했으며, 서울시교육청 역시 내년부터 필기시험 없이 관찰추천만으로 지원 대상자를 뽑겠다는 방침을 최근 발표했다.

결국 내 아이가 영재교육원에 지원하느냐 못하느냐가 담임교사의 관찰추천에 달려있는 것. 이에 따라 관찰추천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담임교사는 어떤 기준으로 영재성을 평가하는지, 교사에게 아이의 영재성을 어필할 방법은 없는지를 두고 학부모의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 교사,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까?

담임교사는 1단계로 같은 반 친구들과 학부모의 추천을 참고해 학급 인원의 10% 내외에 해당하는 관찰대상자를 선정한다. 한 반의 정원이 30명이라면 2∼4명이 관찰대상자에 해당된다. 이렇게 학급별로 추천된 아이들을 모아 2단계 평가가 진행된다. 학교마다 한두 명 있는 관찰추천위원이 6회 정도 수업을 하며 아이들을 관찰해 학교별 최종추천자를 결정하는 것. 관찰추천위원은 해당 학교 교사들 중 관련 연수를 받은 교사가 수행한다.

1단계 평가에서 담임교사는 학기별로 학생의 수업 참여태도, 창의성, 과제집중력, 학업성취도 등을 종합평가한다. 수학, 과학영재라고 해서 해당 수업시간에만 영재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국어시간에도 영재성을 발견할 수 있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 글쓰기할 때 유독 독특한 시각으로 글을 쓰는 학생에겐 창의성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것.

교과서에서 배운 내용이 아닌 독창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답을 내놓는 학생도 있다. 과학시간에 ‘산소가 우리 생활에 어떻게 이용되느냐’는 교사의 질문에 창의적인 답을 한 경우, 도형의 넓이를 계산하는 수학시간에 학생들이 모두 한 가지 방법으로 계산할 때 다르게 계산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학생에게도 영재성이 엿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찰추천 매뉴얼 개발위원으로 참여한 서울 등마초교 이연주 교사는 “선행학습이나 일반적인 심화학습으로 문제만 잘 푸는 학생이 아닌 남다른 창의성과 문제해결력을 가진 학생이라면 대부분의 교사가 수업 중에 분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필고사로 진행되는 선발시험에서 측정할 수 없었던 리더십, 공동수행능력 등도 평가요소에 포함된다.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탐구활동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와 자기 표현력은 매우 중요하다. 과학실험을 할 때 자기 실험을 마친 후 애를 먹는 다른 조를 돕는다거나 친구들에게 실험과정에서 잘못된 점을 설명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모습 등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 과학영재교육과 조경옥 장학사는 “관찰대상 학생을 평가할 때는 수학, 과학 분야의 영재성뿐 아니라 도전정신, 의사결정력, 책임감 등 개인적 성향도 충분히 고려한다”고 말했다.

○ 교사, 어떤 학생을 추천할까?

14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관찰추천’ 교사 연수.
14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서울시 동부교육지원청에서 열린 ‘관찰추천’ 교사 연수.
내 아이의 영재성을 어떻게든 어필하고 싶은 것이 학부모의 마음. 하지만 교사들은 “영재성에 관한 학부모의 평가는 주관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관심을 지나치게 피력하는 것은 학생을 평가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관찰추천 방식을 시범운영했던 한 초등학교의 이모 교사는 두 학생의 사례를 비교했다.

학급의 관찰대상자를 선정하는 기간에 평소 자녀의 영재교육에 관심이 높았던 A 학생의 학부모가 잘못된 추천서를 가지고 담임교사를 찾았다. 학부모가 자기 자녀를 교사에게 추천할 때 사용하는 추천서 양식이 아니라 학교가 교육청에 제출할 때 사용하는 추천서 양식에다가 아이의 영재성을 증명하는 내용을 잔뜩 써온 것이다. 담임교사는 평소 자신이 관찰한 A 학생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과장된 서술 내용을 납득하기 어려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업시간을 통해 질문 몇 개를 A 학생에게 던져보았지만 특별한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번엔 B 학생. 이 학생의 부모는 어떤 추천서도 학교에 제출하지 않았다. 수학, 과학에서 늘 만점을 받는 학생도 아니었다. 하지만 과제집착력이 또래에 비해 월등히 뛰어나고 과학실험을 할 때도 핵심을 짚어내는 데 탁월했다.

A, B 학생 중 누가 최종 지원자로 선택되었을까. 이 교사는 “당시 A 학생과 B 학생을 동시에 추천했는데, 2단계 관찰수업 결과 B 학생만 영재교육 대상자로 선정됐다”면서 “학부모의 추천은 참고할 수 있지만 당락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 학부모, 추천서는 어떻게 써야 할까?

자녀에게 영재성은 있지만 교실에서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면 학부모 추천서가 도움이 될 수 있다. 1단계에서 학부모는 추천서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다. 학부모 추천서에는 △또래보다 우수한 지적능력을 보이는지 △상상력이 풍부하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지 △독창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지 △주어진 과제를 끝까지 해결하는지 등 질문에 관해 점수를 매기고 근거가 되는 일화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다.

추천서에 내 아이가 남보다 못하다고 쓸 학부모는 없다. 결국 추천서의 핵심은 ‘근거’다. 근거는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제시함으로써 설득력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1학년 때부터 아이가 개미에 관심을 가졌고 집에서 개미를 키우면서 연구를 시작했다. 3학년 때까지 개미의 성장과 번식에 대해 실험보고서를 썼다’거나 ‘4학년 때 경남 창녕군 우포늪으로 체험활동을 가게 됐는데 가기 전 아이가 습지에 관한 책을 스스로 찾아서 세 권을 읽고 인터넷과 백과사전에서 습지에 관한 정보와 뉴스를 수집했다. 관심 분야에 관한 자료를 찾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는 식으로 구체적 일화를 쓰는 것. 평소 관심을 갖고 수첩 등에 일화를 메모해 놓으면 도움이 된다.

자녀가 지나치게 내성적이라고 해도 큰 걱정은 하지 말자. 이 교사는 “내성적인 여학생이었지만 세포분열 그림을 그릴 때 매우 정교하고 자세히 그리는 등 관찰력과 과제수행능력이 뛰어나 관찰대상자로 추천했는데 비슷한 수준의 학생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자 말이 트이기 시작했다”면서 “교사는 오랜 시간을 학생들과 함께 보내기 때문에 여러 학생을 비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은 영재가능성도 감지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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