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3번째 모험 시작했다
19세때 영국인 최연소 에베레스트 등정… 북극~남극 4만2000㎞ 396일만에 종단
영국인 20대 모험가 제임스 후퍼 씨가 30일 서울 경희대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후퍼 씨는 최근 영국 케임브리지대 입학을 마다하고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열아홉 살에는 에베레스트를 등반했다. 1년 뒤에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지구 반 바퀴를 396일 만에 돌았다. 그리고 올해 9월 한국에서 세 번째 ‘모험’이자 도전을 시작했다. 영국인 탐험가 제임스 후퍼 씨(23)가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대를 마다하고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해 화제가 되고 있다. 30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교정에서 만난 후퍼 씨는 환하게 웃으며 아직은 서툰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를 시작한 지금이 그 어떤 모험들보다 더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후퍼 씨는 2006년 열아홉 살에 영국인 최연소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이듬해에는 스키와 개썰매, 요트, 자전거 등을 이용해 북극에서 남극까지 가는 데 성공했다. 그린란드에서 시작해 미국과 멕시코, 남미 10여 개국을 거쳐 남극에 도착한 것. 4만2000km의 대장정을 마쳤을 때 나이는 스물한 살에 불과했다.
그는 둘도 없는 11년 지기이자 형제와도 같던 롭 곤틀릿 씨와 모험을 함께했다. 후퍼 씨는 지난해 1월 곤틀릿 씨가 프랑스령 알프스에서 등반 도중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동안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더는 친구와 새로운 모험을 해나갈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지난해 9월 영국의 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에 들어갔지만 발전과 도전이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2007년 제임스 후퍼 씨가 북극에서 썰매로 이동하고 있다. 그는 스키와 개썰매, 요트, 자전거 등을 이용해 북극에서 남극까지 가는 4만2000km의 여정에 도전해 성공했다. 사진 제공 제임스 후퍼 씨 기후변화와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후퍼 씨는 지리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고 영국 케임브리지대, 맨체스터대 등에 지원했다. 케임브리지대에서 합격통지를 받았지만 후퍼 씨는 권위적이고 학술적인 학교 분위기가 도전과 모험으로 이어져 온 자신의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느껴 과감하게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가 ‘코리아행’을 결심한 것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다가 결혼까지 한 친구로부터 한국 얘기를 전해들은 것이 계기가 됐다.
틈틈이 한국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대학에도 입학을 타진하는 e메일을 보냈다. 영국 왕립 지리학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지인을 통해 한국지리학회 쪽에도 연락을 했다. 그러던 중 공우석 경희대 이과대학장이 답장을 보내면서 경희대 지리학과에 입학하게 됐다. 경희대는 1일부터 지리학과 신입생이 된 그를 위해 등록금 전액을 지급하고 기숙사와 생활비도 지원하고 있다.
후퍼 씨는 “모두가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두렵다는 이유로 주저하면 절대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며 “새로운 문화와 사람들 사이에서 공부하는 4년이 내게는 또 다른 모험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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