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덮친 물폭탄]“귀성은커녕 차례도 못모셔” 빗물 퍼내며 한숨

동아일보 입력 2010-09-24 03:00수정 2010-09-24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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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피해복구 구슬땀
파도치는 세종로 21일 서울 지역에 102년 만의 기록적인 기습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승용차들이 전조등을 켠 채 물바다가 된 도로를 서둘러 지나고 있다. 뒤편으로 광화문광장의 세종대왕 동상과 광화문이 빗살 사이로 뿌옇게 보인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하늘에서 내린 비인데 누구를 원망하겠어요. 첫날은 정말 막막했지만 마냥 낙심하고 있을 순 없겠죠.”

21일 수도권에 쏟아진 ‘물폭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서울 강서구 화곡1동에서는 23일부터 본격적인 복구 작업이 시작됐다. 주민들은 추석 전날 집중호우가 내린 이후 처음으로 이날 날씨가 개자 “빨래라도 말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침수 지역 주민들은 이번 추석 연휴에 귀성은커녕 대부분 뜬눈으로 이틀 밤을 지새워야 했다. 그나마 주민들은 물이 빠진 23일부터 교회 등 대피소에서 집으로 복귀했다. 주민 강규만 씨(72)는 “그동안 동네 침수 피해가 날 때마다 연휴에 집중적으로 피해를 봤다”며 “이번에는 침수 때문에 추석 차례상도 차리지 못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본격적인 복구가 시작된 23일 골목 구석구석에는 물에 젖은 가재도구와 집기가 널려 있었고, 방역차량이 흰 연기를 내뿜으며 내달렸다. 화곡1동 복개도로 부근에 주차된 차량은 모두 차문을 열어둔 채 호우 때 침수된 부분을 말리고 있었다. 5년째 이곳 반지하방에서 살고 있는 윤미옥 씨(54·여)는 “그나마 방에 차오른 물을 빼내서 다행”이라며 “잠은 덜 마른 장판 위에 비닐을 깔아놓고 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이 지역에는 사회 각계의 복구 인력이 모였다.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원 100여 명을 비롯해 군 병력 150여 명과 경찰 410여 명이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적십자사 인력은 21일 수해 당일부터, 군과 경찰 병력은 22일부터 수해 구조에 나섰다. 전날까지 대부분의 침수 지역에서 물을 퍼냈지만 펌프가 닿지 않는 지하 일부에서는 이날에야 군과 경찰 병력이 인간띠를 이어 물통으로 물을 퍼냈다. 21일 충남 공주시로 귀성했다가 수해 소식을 듣자마자 화곡동 침수 현장으로 달려온 대한적십자사 봉사회원 김필만 씨(49·여)는 “현장이 모두 정리될 때까지 일주일 이상 걸릴 것”이라며 “내일까지 물에 젖은 옷가지와 쓰레기 정도라도 정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까지 서울시에 신고된 침수 피해는 강서구가 213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관악구(1650건), 동작구(1251건) 등의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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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및 경기 지역에서도 복구가 시작됐다. 인천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계양구 작전1동 대경빌라에서는 주민들이 추석 연휴도 잊은 채 복구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주민 윤모 씨(54)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 차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귀성도 포기했다”며 “빗물이 차올라 1층 계단이 보이지 않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집중호우 당시 서울 종로구 세종로 등 도심이 물에 잠긴 데 대해 서울시는 “호우 대비 시설보다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종로 일대는 당시 하수관에서 물이 역류해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서울시 측은 “세종로 하수관의 처리 용량은 시간당 강수량 75mm 정도로 설계됐지만 당시 도심에 내린 비는 시간당 90mm가 넘었다”며 “도심 하수시설 확충에 대해선 신중히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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