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고 교사 딸 교내 수학경시 ‘성적조작’ 논란

동아일보 입력 2010-09-08 03:00수정 2010-09-08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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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쌓기 경쟁 과열…“다른 학교도 없진 않을것” 서울 이화여고에서 이 학교 교사의 딸이 교내 수학경시대회 수상 특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서울시교육청이 진상 조사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7일 이화여고가 6월 실시한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교무차장의 딸인 3학년 A 양의 성적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실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과 이화여고에 따르면 A 양은 9등까지 수상하는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공동 9등으로 입상했다. 그러나 평소 A 양보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수상하지 못한 점을 의아하게 생각한 일부 교사들은 답안지를 확인했고 A 양 답안의 채점이 지나치게 후한 것을 발견했다. 풀이과정 대부분이 틀렸고 답도 틀렸지만 만점에서 1점만 깎여 3, 4점의 부분점수를 받았던 것이다.

이 학교 교사와 학부모들은 A 양의 부모와 친분이 있는 교사가 채점을 전담했다며 학교에 재채점을 요구했다. 방학 중 모든 학생의 답안지를 다시 채점한 결과 다른 학생이 점수를 더 받으면서 A양은 12등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학교 측은 그대로 수상을 인정했다. 이 학교 교감은 “교사의 실수로 수상이 결정된 학생이 피해를 보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점수 조작 의혹에 대해 “수학경시대회 모든 문제가 서술형이기 때문에 교사마다 채점 과정에 차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A 양 부모 측은 “이화여고 출신과 타 학교 출신 교사 간의 파벌 싸움에서 나온 모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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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고교의 교내 경시대회 부정 의혹에 교육청까지 직접 나선 것은 달라진 대학입시제도 때문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4월 대학들이 지켜야 할 ‘입학사정관제 운영 공통기준’을 마련하면서 토익 토플 등 공인어학시험 성적이나 교외 수상 실적 등은 주요 전형 요소로 반영할 수 없고, 교내 경시대회 등 학교 활동에 관련된 것만 반영하도록 했다. 입학사정관 전형에서 교내 경시대회 성적이 당락의 절대적인 요소가 된 것이다.

이화여고 사태에 대해 일선 학교 교사들은 “교내 경시대회 순위 조작은 내신 성적 조작이나 마찬가지”라며 “경시대회 문제는 단지 이화여고의 문제만이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 A고교 교사는 “학교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가능성이 큰 학생들 순으로 좋은 상을 주게 된다”며 “잘하는 학생인데 교내 경시대회 상 못 타서 대학 못 갔다는 말은 들을 수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도 “다른 학교에서도 이화여고와 같은 일이 없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대교협 발표 이후 일선 고교는 각종 교내 경시대회 시행 횟수를 늘렸다. 학생들에게 좀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학교 현장에서는 사교육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대교협의 의도에는 공감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B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학교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면에서는 좋지만, 학교는 학생 성적에 맞게 ‘스펙’을 관리해 줘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며 “외부 대회에서 교내로만 옮겨왔을 뿐 결국 스펙 쌓기 경쟁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서울 C고교 교사는 “학생들이 교내 경시대회 대비에 전력을 쏟으면 결국 사교육에서 이와 관련된 대비반을 만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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