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금 대출제한 50개大’ 발표 돌연 연기

동아일보 입력 2010-09-01 03:00수정 2010-09-0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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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문 닫으란 말이냐” 반발에 교과부 “명단공개 일단 다음주로” 학자금 대출한도 금액을 제한받게 될 대학의 명단 발표가 연기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달 25일 대학 교육 품질에 따라 50개 대학의 학자금 대출한도 금액을 제한하기로 했다며 해당 대학 명단을 이번 주중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과부는 31일 “명단 발표를 일단 다음 주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교과부는 정확한 연기 이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대학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말에도 퇴출 대상 대학의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대학들의 반발로 발표하지 못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이날 “이번 명단 발표는 대학장학지원과 사업으로 대학선진화위원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과는 별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주호 장관은 취임 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출 제한 대학의 명단 공개가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학자금 대출 제한은 ‘구실’일 뿐 실제로는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학자금 대출만 제한해도 올해부터 당장 학생들이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왕 구조조정을 하려면 아예 퇴출 대상으로 정해야지 슬며시 학자금 대출을 끼워 넣는 건 ‘건전하지 못한 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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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기준에 대해서도 대학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룰(rule)에 대한 공감대가 없었다. 공청회를 통해 룰을 마련하고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한 대학은 이렇게 하겠다고 공지해야 했는데 일방적으로 룰을 통보했다”며 “소송을 통해 현재 기준이 타당한지 따져 묻자는 의견도 곳곳에서 들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립대 관계자도 “어떤 회사를 구조조정 한다면 경영 상태 전반을 조사해야 한다”며 “멋대로 정한 몇몇 지표만 보고 잘 운영하고 있는 회사더러 ‘경영이 불량하니 문 닫으라’고 하면 어떤 회사가 따르겠느냐. 학교법인에는 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느냐”고 반문했다. 학자금 대출 제한 대학 후보에 오른 학교들이 받은 공문에는 ‘평가기준은 이의신청 대상이 아니다’라는 내용도 들어 있다.

송영식 한국대학법인협의회 사무총장은 “인구 감소에 따라 대학 수가 줄어야 한다는 데는 대학들도 공감하고 있다”며 “단, 퇴출 경로를 마련해 대학들이 스스로 선택에 따라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다. 지금처럼 정부가 폐쇄 명령을 내리는 형태는 후유증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사립학교법은 사립대 법인이 해산하면 남은 재산은 일단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귀속하도록 돼 있다. 대학들이 ‘퇴출 경로’를 요구하는 건 투자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교과부는 지난해 9월 대학 문을 닫고 남은 재산으로 장학재단이나 사회복지법인을 세울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마련해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돼 있다.

한편 대학들의 반발이 커지자 교과부는 “학자금대출제도심의위원회에서 대출 제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대학들이 이를 구조조정 지표로 받아들이면서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올해는 대학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내년에 평가 결과가 개선되지 않은 대학만 명단을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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