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학원강사 불러 ‘의전원 특강’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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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학생 상대 교내수업 논란
수강료 90%까지 지원도…“대학 자존심 버렸다” 비판

한양대가 의·치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준비 전문학원을 교내로 끌어들여 재학생들을 상대로 ‘의전원 특강반’을 운영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한양대에 따르면 이 학교는 올해 초 모 교육관련 그룹의 계열사와 외주계약을 하고 2011학년도 의전원 입시 준비생 100여 명을 대상으로 1년 과정의 특강반을 운영하고 있다.

수강생은 대부분 화학, 생물학, 공학 등을 전공하는 이공대생이다. 이들은 생물학, 물리학, 언어추론 과목에서 ‘A급’ 으로 분류되는 유명 강사들의 수업을 주 3, 4회 듣고 있다. 수업은 오후 6시경 시작해 3∼4시간 진행된다. 학원은 강의뿐 아니라 한양대생 전용 온라인학습 사이트도 개설해 정기 평가와 일대일 상담 서비스도 하고 있다. 수강비용은 학생이 10%만 부담하고 나머지는 학교가 낸다. 동일한 수업을 서울 강남지역 학원에서 들으려면 많게는 250만 원까지 내야 한다. 학원 관계자는 “학원비가 싼 데다 따로 학원을 찾아갈 필요가 없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라며 “다른 대학 학생이 몰래 강의를 듣다 들켰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교육전문가들은 이공계 학생들의 의전원 쏠림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가운데 대학이 사설학원을 유치해 우수 이공대생의 의전원 입학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특히 등록금 등 학교 재원으로 이공계 학생들의 의전원 진학을 돕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한양대 문과대생 권모 씨(25)는 “교수들도 있는데 굳이 돈을 더 줘가며 학원 강사들을 대학에 초빙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학교가 자존심을 버리고 학원에 교육 기능을 맡긴 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학원 관계자는 “의전원 진학 실적이 대학에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며 “다른 대학은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로 교내에서 학원 강의를 하기가 어려운데 한양대는 학교가 적극적이어서 이례적인 사례”라고 밝혔다.

한양대 측은 “대학 강의와 의전원 입시 과목의 특성이 달라 교수들이 가르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당초 의전원 준비 학과를 만들려고 했지만 자연과학대 교수들이 반대해 특강반을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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