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육감 “자율고 취소” 파문 속 익산 남성고 입학설명회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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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측 “자율고 관철 믿고 지원을”
학부모 “입학 뒤 패소땐 어떡하나”

“재판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텐데…. 만약 아이들의 입학이 확정된 뒤 전북도교육청이 승소해 자율형사립고(자율고) 지정이 취소된다면 아이들이 입을 피해는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5일 오후 6시 전북 익산시 신동 남성고 체육관. 30도가 넘는 폭염 속에 자율고 입학설명회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500여 명의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입학설명회는 진보 성향인 신임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이달 2일 전임 교육감이 두 달 전 지정한 남성고의 자율고 지정을 취소한다는 공문을 발송한 뒤 학교 측이 예정된 대로 강행한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입학설명회는 최근 자율고 취소 논란 때문에 참석자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학교 측 우려에도 학생과 학부모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1시간 50분 동안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체육관 곳곳에는 ‘축 백용호(26회) 청와대 정책실장 취임’, 동문 출신 6·2지방선거 당선자 명단, 졸업생의 각종 고시 합격 등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가득했다.

남성고의 홍보영상물 상영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향후 자율고 운영계획과 학부모의 질의응답 순으로 이어졌다. 홍철표 교장은 환영사에서 “학교장에게 주어진 재량을 활용해 교과별 특성화와 집중이수제, 수준별 이동수업을 통해 공교육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손태희 이사장도 격려사에서 “이미 지정을 받은 자율고를 학교와 아무런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하겠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어수선하고 혼란스럽지만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해 반드시 법적 소송을 통해서라도 자율고를 관철할 테니 염려하지 말고 학생들을 보내 달라”고 당부했다. 남성고 측은 도교육청이 보낸 지정 취소 공문에 대한 의견서를 6일 도교육청에 보낼 계획이다.

이날 학부모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연간 학비와 학교 수업방식, 기숙사 입사 여부, 우수교사 확보 방안 등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 학부모는 “1심 재판기간이 6개월은 걸리는데 만약에 잘못되면 아이들은 어떻게 되느냐”고 9일로 예정된 도교육청의 공식 취소처분에 따른 향후 파장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학교 측은 “도교육청 발표가 나오면 곧바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받아들여지면 즉각 효력을 낼 것”이라고 답변했다.

설명회를 듣고 나온 이모 씨(45·익산시 부송동)는 “전임 최규호 교육감이 지난해 7월 남성고 법인 전입금이 적다며 지정을 반대해 놓고 임기 한 달을 남겨 두고 돌연 지정했을 때부터 혼란은 예견됐다”며 “백년대계는 그만두고 1년 사이에 정책이 세 번이나 바뀌면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학부모 김모 씨(43·익산시 영등동)는 학교 측에서 그동안 준비를 잘한 것 같고 법적 대응에 대해서도 확신 있게 말해 다소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익산=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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