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든학자금, 대출금리 내리고 신청 간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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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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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부터 달라지는 점과 장학지원 사업

《지난달 19일부터 두 번째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ICL·든든학자금) 신청 접수가 시작됐다. 2010학년도 2학기 학자금 대출을 희망하는 대학생은 다음 달 30일까지 신청하면 된다. 1학기에는 10만9426명이 첫 수혜자로 4430억8100만 원의 든든학자금을 이용했다. 2학기부터는 대출금리가 1학기보다 0.5%포인트 낮아져 신청 학생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 대학 신입생이 60% 차지

1학기 동안 한국장학재단이 대출해준 전체 학자금은 1조4756억 원으로 39만5387명이 이용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면 액수로는 12%, 건수로는 15%가 늘어났다. 이 중 지난 학기부터 처음 도입된 든든학자금을 이용한 학생은 10만9426명으로 전체 학자금 대출자의 28%를 차지했다. 든든학자금을 이용한 학생은 신입생이 6만6092명(60%)으로 재학생 4만3334명(40%)보다 많았다.

처음 시행된 든든학자금이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과 차별화된 장점 때문이다.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은 대출 받은 학생이 졸업하지 않았더라도 매월 이자를 갚아야 한다. 또 거치기간이 끝나면 원리금까지 함께 갚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제때 이자를 갚지 못하면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돼 추가 자금 대출이 중단되고 취업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야만 했다. 이 때문에 대출 받은 학생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든든학자금은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과 금리는 같으면서 대출 받은 학생이 소득이 생기기 전까지 상환을 유예 받는다. 소득이 발생해도 기준 소득을 초과하는 금액의 20%에 대해서만 상환 의무가 생기고, 실직자가 되면 다시 상환을 유예 받는다. 이에 따라 금융채무 불이행자가 될 위험이 거의 없을 뿐 아니라 대출 이자를 갚기 위해 재학 중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된다.

또 종전 학자금 대출은 재학 기간 총 4000만 원(4년제 기준)이라는 대출한도에 막혀 일부 사립대 재학생의 경우 등록금 전액을 마련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러나 든든학자금은 대출한도를 없애 등록금뿐 아니라 일정 부분 생활비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대출금리 0.5%P 낮춘 5.2%로 가족관계 서류 생략 등 간소화

○ 1학기보다 금리 0.5%P 낮아져

장학재단은 4월 든든학자금의 문제점을 알아보기 위해 대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든든학자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높은 금리(56%)가 꼽혔다. 저소득층 이자 지원 없음(13%) △거치기간이 지난 뒤 복리 이자를 부과함(12%) △신청 성적이 제한됨(6%) △신청 절차가 복잡함(6%) 등도 지적됐다.

이에 따라 장학재단은 2학기부터 든든학자금과 일반상환 학자금 대출의 금리를 모두 5.2%로 낮췄다. 지난 학기 5.7%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된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하는 정부의 학자금 지원 의지가 높게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장학재단이 직접 채권을 발행하지 않고 은행을 통해 대출했던 지난해 2학기의 금리는 7.3%였다.

장학재단은 또 학생들이 불편함을 호소했던 가족관계 증명을 위한 서류 제출도 생략했다. 소득분위 파악 기간도 10일에서 2일로 단축하는 등 대출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이와 함께 저소득층에 대한 추가 지원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지도층-학생 연결 멘터링 장학재단, 저명인사 100명 위촉

○ 복리 적용, 재원 유지 위해 불가피

든든학자금의 대출금리가 낮아졌음에도 여전히 금리가 높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든든학자금은 장학금이 아닌 일종의 정부 채권을 이용한 대출이다. 따라서 일정 수준의 금리는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불가피하다. 특히 5.2%의 금리는 시중은행의 7%대 금리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복리 이자에 대한 오해도 적지 않다. 든든학자금은 상환이 시작되면서부터 복리 이자가 적용되고 거치기간에는 단리 이자만 붙는다. 상환기간부터 복리 이자를 적용하는 것은 다음 세대 대학생들이 든든장학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재원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재원이 부족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세금을 통해 든든학자금으로 투입돼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장학재단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올 한 해만 4조 원대의 채권을 발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십 년에 걸쳐 분할 상환할 경우 원금보다 2배 이상의 돈을 갚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시간 흐름에 따른 물가상승과 화폐가치 변화, 납입 유예기간의 기회비용 등을 감안하면 이 또한 오해에 불과하다.

○ “대학생 지식봉사단 프로그램 확대”

장학재단은 기존에 운영해 왔던 든든학자금 사업과 여러 장학지원사업을 바탕으로 국가 인재육성 지원사업을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2학기부터 장학재단은 사회 지도층과 대학생을 연결하는 ‘한국인재 멘터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를 위해 기업 최고경영자와 석학 등 사회 각 분야 저명인사 100명을 멘터로 위촉할 계획이다. 멘터들은 한 학기 동안 6∼10명의 멘티와 월 2회씩 정기적으로 만날 뿐 아니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수시로 접촉하게 된다.

아울러 이번 여름방학부터 시작된 ‘한국 대학생 지식봉사단’ 프로그램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은 국가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지역 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학습지도와 고민 상담을 제공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포항공대와 KAIST 등 4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는데 다른 대학의 참여를 늘려 나갈 계획이다. 이경숙 재단 이사장은 “스스로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든든학자금과 여러 장학사업을 통해 미래의 국가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재단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m@donga.com



▼“학기중 알바 부담 덜어 공부에 집중할 수 있어”▼

■ 든든학자금 학생들 평가

올 1학기 처음 시행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든든학자금)에 대해 대학생들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렸다.

든든학자금으로 등록금을 마련한 수원대 이주희 씨(21·여)는 취업할 때까지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되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 씨는 “작년에는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는데 사실 공부하면서 300만∼400만 원 되는 등록금을 벌기가 쉽지 않았다”며 “올 1학기에는 든든학자금을 통해 등록금을 마련했고 당장 돈을 갚지 않아도 돼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대 김현철 씨(20)는 “부모님께 손을 벌리지 않고 등록금을 마련할 수 있어 스스로 자랑스러웠다”며 “공부에만 열중하다 보니 성적을 높일 수 있었고 2학기에는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3월 신입생이 된 단국대 박소담 씨(19·여)는 “입학하면서 비싼 등록금을 한 번에 마련할 만한 사정이 안 돼 걱정이 많았는데 필요한 돈 전부를 대출받을 수 있어 좋았다”며 “2학기에도 든든학자금을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보건대 정현희 씨(20·여)는 “인터넷을 통해 직접 신청을 하다 보니 지원하기도 쉬웠고 학자금이 빨리 나와 지난 학기 등록 때 불편이 없었다”며 “2학기 때는 조금씩 모아둔 돈으로 등록금을 내고 내년에도 다시 든든학자금을 이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대학 시절 정부 학자금 대출을 이용했던 직장인 김모 씨(28)는 “돈은 언제든지 벌어서 갚을 수 있지만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며 “취업 이후까지 학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면 그만큼 부담 없이 공부에 열중할 수 있어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찬 재단 홍보팀장은 “시행 초기인 만큼 불편사항이 있을 수 있지만 1학기 때보다 2학기 들어서면서 많은 개선책을 내놨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더 좋은 든든학자금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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