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누가 봐도 ‘유학파 능력남’… 알고보니 전문사기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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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약속 여성에 15억 등쳐

회사원 이모 씨(34·여)의 눈에 박모 씨(37)는 일등 신랑감이었다. 박 씨는 이 씨에게 자신이 스물네 살에 유학을 떠나 오스트리아 유명 음악대학에서 트럼펫을 전공한 서울 모 사립대 예비교수라고 소개했다. 세련된 매너는 수년간 외국 생활로 몸에 익은 듯했다. 외국의 카지노 호텔에 투자해 큰돈까지 벌어 놓았다는 박 씨는 누가 봐도 ‘능력남’이었다.

이 씨 가족은 카지노 호텔 수익금을 국내에 들여오는 데 돈이 필요하다는 박 씨의 얘기를 믿고 2007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259차례에 걸쳐 15억여 원을 건네줬다. 곧 들어온다는 수익금이 들어오지 않아 의심이 갔지만 결혼을 약속한 데다 한국은행 경북본부장 명의로 된 2382억 원 상당의 지급확인서를 보면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박 씨는 이 씨가 소개해준 유모 씨(50)에게 “아들을 서울대 음대에 특별전형으로 입학시켜주겠다”고 속여 3000만 원을 받아 챙겼는가 하면 “조카를 체육학과에 입학시켜 주겠다”고 속여 1500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유 씨는 아들과 조카가 대학에 입학하지 못하자 박 씨를 경찰에 신고했고, 박 씨의 사기행각이 모두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궁핍한 유학 생활 끝에 졸업증도 따지 못했고 유학 생활 당시 한 여자 유학생과 결혼했다가 이혼한 전력도 있었다. 서울중부경찰서는 박 씨를 입학 사기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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