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 디자인대학 학생들이 일본 규슈 산교대 예술학부 디자인학과 학생들과 함께 화상 강의를 통한 수업교류를 하고 있다. 울산대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부교육선진화 선도대학’으로 선정될 정도로 혁신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울산대
“2030년까지 학생 정원을 지금보다 37.5%(4500명) 줄이겠습니다.” 지난달 10일 울산시 교육청 프레스센터. 울산대 정준금 기획처장이 향후 정원을 40% 가까이 줄이겠다는 ‘울산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 2030’을 발표하자 장내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대학 스스로 학생 정원을 줄이기로 한 것은 울산대가 처음이었기 때문. 게다가 학생 정원을 1명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안달을 하는 요즘 대학 환경을 감안하면 획기적인 발표였다.
울산대는 2008년 9월 김도연 총장이 취임한 뒤 ‘개방과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해 지난달 교육과학기술부의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울산대는 앞으로 4년간 교과부로부터 총 120억 원을 지원받게 된다. ○ 학부장 공채에다 인터넷 수업 공개
울산대는 우선 학부 단위부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학부장을 외부에서 공개 채용했다. 이 제도로 면역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원광대 정헌택 의대 교수를 생명과학부 학부장으로 영입했다. 이어 국내 최초로 수업현장을 있는 그대로 녹화해 대학 홈페이지(www.ulsan.ac.kr)에 공개했다. 지금까지 공개한 강의는 김 총장이 직접 강의에 나선 ‘미래사회와 과학기술’을 비롯해 총 17개 과목.
2030년까지 정원 38% 줄여 ‘융합 학문’ 소수정예 육성 교수 연봉도 차등 지급
울산대가 강의를 공개하자 현재 전국 80여 개 대학에서 700여 개 강의를 공개하고 있다. 국민대 한양대 등과는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실시간 교류하고 일본 규슈(九州) 산교대학과도 국제 화상강의를 실시하고 있다.
교수 승진심사를 강화하고 업적에 따라 연봉을 차등 지급하는 교수연봉제도 전국 처음으로 도입했다. 국내외 석학 20명으로 ‘펠로 프로페서’를 구성해 강의와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
○ ‘국내 10대 대학’ 도약
울산대의 2030 플랜은 재학생의 소수정예화를 통해 국내 4년제 대학 종합 순위를 현재 18위에서 2030년까지 10위 이내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학생 정원을 현재 1만2000명에서 2030년까지 7500명으로 37.5% 줄인다는 것이 골자.
이와 함께 중화학 공업도시인 울산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조선해양공학부와 생명화학공학부, 생명과학부, 기계공학부, 전기공학부 등 5개 학부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세계 일류화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또 입학 후 2년 동안은 교양과 기초교육 과정을 수료한 뒤 전공을 선택하는 자유전공제를 도입하고 연관 있는 학부와 학과를 10개로 융합하는 융합학문분야를 육성하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울산대는 여름방학 때 울산대 학생과 외국인 학생이 한 조를 이뤄 약 한 달간 기숙사에서 숙식을 함께하는 ‘울산인터내셔널 프로그램(UIP)’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모든 강의와 행사 진행을 영어로 하기 때문에 한국 학생들이 외국에 가지 않고도 국제 감각을 익힐 수 있어 인기다. 또 신입생들에게 남을 배려하는 정신을 길러주기 위해 ‘프레시맨 세미나’를 올해 처음으로 모든 학부(학과)에 도입했다. 울산 지역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블록놀이 감각활동을 한 생명화학공학부 1학년 장공주 양(19)은 “장애인들이 블록을 제대로 맞추지는 못했지만 마음씨는 정말 순수해 오히려 내가 부끄러웠다”며 “앞으로도 사회복지시설을 자주 찾아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올해 개교 40주년을 맞은 울산대가 더 멀리 비상하기 위해 정원 감축을 통한 체질 개선과 특성화 교육을 강력하게 추진한다”며 “울산대가 ‘한국에서 학생을 가장 잘 가르치는 대학’이 되도록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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