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락 청장 “자백 받아 수사땐 점수 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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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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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천署 가혹행위 확인… ‘자백’ 위주 수사관행 탓”

“피의자 입감 전 조사 제도화”

강희락 경찰청장(사진)이 양천경찰서의 피의자 가혹행위를 인정하고 앞으로 자백에 의해 해결된 수사사건의 실적 점수를 깎거나, 피의자 입감 전 가혹행위 여부를 자체 조사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2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부 감찰 결과) 서울 양천경찰서의 가혹행위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며 “그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해당 양천경찰서는 국가인권위원회 발표 직후인 16일 “가혹행위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청장이 5일 만에 이를 번복했다.

강 청장은 “설령 누가 시키더라도 가혹행위는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경찰 조직 내에 정착됐지만 이런 일이 생겼다”며 “경찰의 인권 관련 대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검거에서 호송, 유치장 입감에서 사건 송치까지 모든 수사 과정의 단계가 진행될 때마다 철저히 조사해 제도적으로 (가혹 행위를) 불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백 위주의 수사 관행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강 청장은 “통상 자백으로 사건을 처리하는 게 가장 쉽다”며 “피의자 자백을 우선적으로 받으려다 보니 이런 일이 발생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자백으로 해결한 사건의 실적 점수를 낮추는 등의 보완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보고 라인도 다시 점검한다. 양천서는 4월부터 이 건을 서울경찰청에 보고했지만 경찰 수뇌부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강 청장은 “인권위 조사 외에 검찰 수사까지 진행된 사안이지만 현장에서 ‘문제없다’고 주장해 보고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경찰의 보고 라인도 함께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현오 서울경찰청장도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선 경찰서에 대한 폐쇄회로(CC)TV 관리나 가혹행위 방지 시스템을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청장은 “경찰의 가혹행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피의자들은 신체검사 등을 통해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하고 개별 면담을 하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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