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테이션/동아논평]학교운동장도 성폭행에서 안전하지 않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1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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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논평 : 학교운동장도 성폭행에서 안전하지 않다면


지난해 조두순 사건, 올해 김길태 사건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서울 지역 초등학교에서 2학년 여자어린이가 40대 남자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범인이 잠든 사이에 만신창이가 된 몸을 이끌고 탈출한 어린이는 6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았습니다. 어른 된 자로서,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부끄럽고 안타까운 마음에 고개를 들 수가 없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일이 이 어린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는 점입니다. 사건이 난 날은 때마침 학교의 재량휴업일이었습니다. 이 어린이는 이날 방과후수업을 듣기 위해 혼자 학교를 찾았다가 변을 당했습니다. 아무리 재량휴업일이라고는 하지만 방과후수업이 있다면 아이들이 학교를 올 터인데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학교 측의 안전불감증에 화가 납니다.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함께 처벌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여론이 봇물처럼 일어났습니다. 아동 성폭행범은 재범률이 높다는 점을 감안해 이중처벌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자발찌 착용을 소급적용 하는 법안이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렇게 강화된 법률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제2의 나영이'를 막지 못했습니다.

예상한 대로 범인은 성폭력 전과자였습니다. 23년 전 남편이 보는 앞에서 주부를 성폭행한 전력이 있었습니다. 이런 성폭력범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데도 우리는 아무 것도 몰랐고, 아무런 대비책도 세우질 않았습니다. 지난 한해 우리나라에선 12세 이하 어린이가 1017명이나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성폭행은 '영혼의 살인'으로 불립니다. 피해자에게 육체뿐 아니라 평생을 가져가는 정신적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죠.

이제 아동 성폭력 예방을 위한 시스템을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를 마음 놓고 학교도 보낼 수 없게 만드는 나라가 어떻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할 수 있습니까. 가해자 인권 운운할 때가 아닙니다. 아동 성폭행범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고 치료를 받도록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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