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차령산맥을 따라서<8>오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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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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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병양란 가파른 역사를 밟으며 오른다

오갑산 삼형제 바위에서 본 조망. 멀리 보이는 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다. 장기우기자
오갑산 삼형제 바위에서 본 조망. 멀리 보이는 도로가 중부내륙고속도로다. 장기우기자
오대산을 출발한 차령산맥의 험준한 산줄기는 충북과 강원의 경계인 백운산과 십자봉을 타고 내려오다가 남한강을 만나 잠시 숨을 고른다. 얕은 자락 산 꼬리를 물고 다시 일어선 차령산맥은 충북과 경기의 도계를 지나기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이전과 달리 올망졸망한 낮은 산줄기로 이어지다 대전을 거쳐 충남 계룡산에서 다시 용솟음치며 비상한다.

오갑산(해발 609.4m)은 남한강을 지나 다시 일어서는 차령의 중간에 자리 잡고 있다. 충북 충주시와 음성군, 경기 여주군 등 2개 도 3개 시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3개 지방자치단체를 품다 보니 등산코스도 다양하다. 산꾼들은 주로 오갑마을 코스(음성군 감곡면 문촌리), 돌마래미 코스(〃〃 상우리), 동막마을 코스(충주시 앙성면 모점리), 어우실 코스(여주군 점동면 관한리)를 이용한다.

■ 임진왜란 사연에
왜적 막은 초소 있어 ‘임진봉’

병자호란 전설도
고개서 오랑캐 만난 부인이…



지난달 1일 오갑마을 코스를 이용해 찾았다. 들머리인 감곡면 문촌1리 자연마을인 웃오갑마을 산행안내도 못 미쳐 좁은 왼쪽 길을 올라 삼태봉(옥녀봉)∼서천고개∼삼형제바위∼진터∼정상∼바위전망대∼아홉사리고개(오갑고개)∼오갑저수지를 지나 웃오갑마을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산행 시작인 서북쪽 코스는 처음에 약간의 경사가 있지만 그리 가파르지 않다. 삼태봉까지 올라가면 이때부터 정상까지 탁 트인 조망이 이어진다. 삼태봉에는 과거 봉화 터가 있었다는데 사방이 훤히 트인 지형을 보니 그럴 만했다. 서천고개에서 주봉까지는 경사면이다. 갑자기 호흡이 빨라지기 시작한다. 숨이 한껏 차오를 무렵 여주군 점동면 청안산악회에서 세운 ‘오갑산’ 표지석을 정상인 서봉에서 만나게 된다. 표지석에는 ‘임진봉’이라는 명칭이 함께 적혀 있다. 이 산에 오동나무가 많아 ‘오동나무 오(梧)’를 써서 오갑산으로 불린다는 설명과 임진왜란 당시 이곳에 적을 막는 초소가 있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오갑저수지로 내려오는 하산길은 가파른 길이 쉼 없이 이어져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삼태봉을 거쳐 정상을 지나는 하산길 내내 시커먼 숯으로 변한 아름드리 소나무와 참나무가 보는 이의 마음을 안타깝게 한다. 2008년 4월 7분 능선에서 일어난 산불로 6ha(약 1만8000평)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한 것. 현재 옛 모습을 찾기 위해 벌목과 나무심기 작업이 진행 중이다.

들머리로 되돌아오는 동안에는 분홍 꽃잎으로 물든 복숭아 과수원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산 아래 마을인 문촌1리 박수경 이장(51)은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백 복숭아’의 주요 산지”라며 “봄에는 복사꽃 만발한 풍경을, 가을에는 달고 시원한 과즙으로 꽉 찬 복숭아”를 체험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오갑산(오갑고개)에 얽힌 전설 하나. 조선 인조 때 미인으로 소문난 한씨 부인이 감곡마을에 살고 있었다. 병자호란으로 피란 가던 한씨 부인은 마을 고개에서 오랑캐 대장 파오차(巴五甲)에게 붙잡힌다. 그때 파초선을 든 여인이 나타나 몸에서 강렬한 빛을 발하자 파오차가 든 칼이 자신의 목을 찔러 자결하게 되었고 한씨 부인은 무사히 피신했다고 한다. 이때부터 오갑고개라 불렸다고. 주변에는 조선 중기 성리학의 대가인 직제 이기홍 선생의 사당인 옥산사(玉山祠)가 있다. 또 산행 피로를 풀기에 안성맞춤인 돈산온천과 능암온천이 지척에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이 시리즈는 매주 목요일에 게재되며 공동기획 동아닷컴(localen.donga.com)에서언제든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제보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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