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재 26개 부·처·청에서 수행 중인 179개 일자리 관련 사업(8조9028억여 원)에 대해 대수술에 나섰다. 노동부는 전 부처에 흩어져 중복·비효율이 심각한 일자리 관련 사업을 통폐합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임태희 노동부 장관 주도로 현재 부처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8일 밝혔다. 임 장관은 “그동안 노동부를 포함해 전 부처가 공급자 중심의 일자리 사업을 추진해 사업 간 중복·비효율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정부 일자리 사업을 분석한 결과 각 기관이 충분한 준비와 협의 없이 재정 투입만큼 쉽게 고용이 늘어나는 단순 아르바이트성 사업을 선호하고, 일자리의 질과 중복성을 따지지 않고 기관별로 숫자만 늘리는 데 치중해 비효율을 부추기는 것으로 분석됐다.
○ 사실상 같은 사업… 비효율 심각
문화체육관광부는 2007년부터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 사업을 하고 있다. 올해 64억여 원의 예산을 들여 약 705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대상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국 250여 개 공공도서관이다. 같은 공공도서관인데도 국립중앙도서관은 2006년부터 별도 예산을 통해 같은 사업(도서관 개관시간 연장 사업)을 하고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올해 2억9000만여 원의 예산을 들여 18명의 야간 운영 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다. 두 사업이 채용하는 인력은 1년 미만의 단기 일자리. 사실상 똑같은 사업인데도 운영 주체가 나뉘다 보니 모집 방법, 관리, 결산 및 정산 절차도 다르다.
문화부의 ‘박물관 야간개장으로 국민문화 향유권 확대 사업’(올해 사업예산 33억 원, 102명 신규 채용)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야간개관을 통한 관람향유권 확대 사업’(올해 사업예산 6억6000여만 원, 13명 신규채용)도 운영 주체와 근무 장소만 다를 뿐 사실상 같은 사업이다.
○ 기존 사업을 일자리로 포장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는 광복 전인 1920년대부터 5년마다 하던 것. 통계청이 올해 9194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힌 사업이 이것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1년도 아닌, 조사가 이뤄지는 한 달 정도(10월 말∼11월 말)만 근무하는 단순 아르바이트라는 점. 5년마다 한 달 정도밖에 일하지 않는 단순 아르바이트가 거창하게 정부 일자리 창출 사업으로 둔갑한 셈이다.
1973년부터 시작된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은 지난해 4200억여 원을 투입해 약 3만2000여 명을 채용했다. 이 사업은 위탁사업(정책 숲 가꾸기)과 공공 산림 가꾸기로 나뉘어 있으며 공공 산림 가꾸기의 경우 도로변, 생활권 산림 지역에서 가지치기, 청소 등을 한다. 문제는 이런 계속 사업이 일종의 ‘착시(錯視)’ 현상을 부른다는 점.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가 발표하는 ‘○백만 명 고용 창출’에는 포함돼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 것 같지만 전부터 해온 것이라 총고용량은 변하지 않는다.
○ 취업 취약계층 배려 소홀
보건복지부의 ‘노인 돌봄 서비스’는 활동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가사 지원, 안전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 올해 880억여 원을 들여 1만2000여 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전문성이 별로 없는 사업임에도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는 ‘채용 시 우선 채용 권고’뿐. 최소한의 할당량도 정하지 않았다. 복지부는 “취약계층 채용 비율을 정하면 인력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경영학)는 “세금으로 만든 일자리는 취업이 더 어려운 계층에 더 혜택이 가야 한다”며 “인력 수급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계층에 혜택을 주는 정책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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