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청년인턴 - 알짜 中企, 행복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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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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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투인터랙티브 사무실에서 허도석 사장과 인턴사원 김지선, 심재규 씨(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유투인터랙티브 사무실에서 허도석 사장과 인턴사원 김지선, 심재규 씨(왼쪽부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홍진환 기자
사장님은 “내가 찾던 그 사람”
“정규직 보장해도 안 왔는데 市 통하니 인건비까지 지원”


구직자는 “내가 찾던 그 회사”
“또 속나 반신반의했는데 면접연락 네 군데서 오다니”


허도석 유투인터랙티브 사장(45)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출신 디자이너다. 회사를 그만둔 뒤 2004년 그래픽 디자인 전문 중소기업인 ‘유투인터랙티브’를 창업했다.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출발한 회사는 6년여 만에 매출 13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잘나가는 허 사장에게도 늘 고민이 있다. ‘괜찮은 사람 찾는 일’이다.

○ ‘사장님’의 고민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다 보니 회사는 항상 인력이 부족했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난다는 뉴스와 달리 이름 없는 작은 회사는 구직자를 한 번 제대로 만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 매일 구직 정보가 쏟아져요. 일주일에 300만 원씩 내고 아무리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공고를 띄워도 지원자는 10명 이내예요.” 허 사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겨우 면접 일정을 잡아도 실제 면접에 나타나는 사람은 30%도 안 됐다. ‘회사가 멀어서 도저히 못 가겠다’는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지원자는 그나마 예의라도 있는 편이었다.

대기업 출신인 허 사장은 100% 정규직 전환을 보장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지 않았다. 허 사장은 “수습사원으로 뽑아 3개월간 노동력만 착취한 뒤 잘라버리는 악덕업체가 많아서인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시 중소기업 청년인턴십’을 소개하는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청년실업 및 중소기업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서울시의 ‘일타이피’ 정책이다. 서울시 소재 중소기업이 수습사원 한 명을 채용하면 임금 중 100만 원을 시에서 6개월간 지원해준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4개월을 추가로 대준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올해는 청년 구직자 1200명을 모집한다. 허 사장은 금전적 부담이 줄었을 뿐 아니라 시에서 보장하는 기업이라는 점에 젊은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지원한 점이 가장 기뻤다. 시에서 추려 보내 온 지원자 명단 중 웹 디자이너를 지망한 심재규 씨(26)와 경리직 김지선 씨(25·여)가 눈에 띄었다. 인연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연락을 했다.

○ ‘구직자’의 속마음

심 씨는 부천대 전자학과를 졸업한 ‘예비 웹 디자이너’였다. 졸업하고 2007년 취업에 성공했다. 작은 회사지만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데에 감사하며 열심히 일했다. 만족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습사원’이란 딱지는 당초 약속과 달리 3개월 넘게 따라붙었다. 월급도 정규직의 70%만 나왔다. 사장은 하루하루 핑계를 대며 정규직 전환 시점을 미뤘고, 심 씨는 결국 사표를 냈다. 그 후로 1년 남짓 ‘프리랜서’라는 명함을 달았다. 아는 사람 소개로 근근이 생활비를 벌어 나갔지만 부모님 앞에선 늘 민망했다. 그러던 중 지하철을 타고 가던 심 씨 눈에 ‘서울시 중소기업 청년인턴십 모집’이란 광고가 들어왔다. ‘역시나 사기나 치는 회사들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하며 홈페이지에 이력서를 등록한 지 두 달. 유투인터랙티브를 비롯해 심 씨를 만나보고 싶다는 회사 네 곳에서 연락을 해왔다. 올 4월 1일 유투인터랙티브에 취업한 심 씨는 첫 월급 150만 원으로 남들처럼 부모님 내의를 선물로 샀다. 심 씨와 함께 입사한 김 씨는 아찔하게도 면접날 길을 잃어 15분을 늦었다. 반은 포기한 심정으로 뛰어 들어간 면접장엔 놀랍게도 허 사장이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허 사장은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때는 지원자가 면접에 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매달 5일경 중도포기자 등 결원에 대해 수시로 충원한다. 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 미취업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문의는 서울일자리센터 홈페이지(job.seoul.go.kr)나 다산콜센터(국번 없이 120)로 하면 된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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