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도석 유투인터랙티브 사장(45)은 삼성전자 디자인경영센터 출신 디자이너다. 회사를 그만둔 뒤 2004년 그래픽 디자인 전문 중소기업인 ‘유투인터랙티브’를 창업했다. 자본금 5000만 원으로 출발한 회사는 6년여 만에 매출 13억 원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잘나가는 허 사장에게도 늘 고민이 있다. ‘괜찮은 사람 찾는 일’이다.
○ ‘사장님’의 고민
매년 성장세를 기록하다 보니 회사는 항상 인력이 부족했다. 청년 실업자가 넘쳐난다는 뉴스와 달리 이름 없는 작은 회사는 구직자를 한 번 제대로 만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에 매일 구직 정보가 쏟아져요. 일주일에 300만 원씩 내고 아무리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공고를 띄워도 지원자는 10명 이내예요.” 허 사장은 바쁜 시간을 쪼개 겨우 면접 일정을 잡아도 실제 면접에 나타나는 사람은 30%도 안 됐다. ‘회사가 멀어서 도저히 못 가겠다’는 황당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지원자는 그나마 예의라도 있는 편이었다.
대기업 출신인 허 사장은 100% 정규직 전환을 보장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주지 않았다. 허 사장은 “수습사원으로 뽑아 3개월간 노동력만 착취한 뒤 잘라버리는 악덕업체가 많아서인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중소기업에 대해 기본적으로 불신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서울시 중소기업 청년인턴십’을 소개하는 e메일 한 통을 받았다. 청년실업 및 중소기업 인력난을 동시에 해결하기 위한 서울시의 ‘일타이피’ 정책이다. 서울시 소재 중소기업이 수습사원 한 명을 채용하면 임금 중 100만 원을 시에서 6개월간 지원해준다.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4개월을 추가로 대준다. 지난해 시범사업으로 출발해 올해는 청년 구직자 1200명을 모집한다. 허 사장은 금전적 부담이 줄었을 뿐 아니라 시에서 보장하는 기업이라는 점에 젊은 사람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지원한 점이 가장 기뻤다. 시에서 추려 보내 온 지원자 명단 중 웹 디자이너를 지망한 심재규 씨(26)와 경리직 김지선 씨(25·여)가 눈에 띄었다. 인연을 찾는다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 연락을 했다.
○ ‘구직자’의 속마음
심 씨는 부천대 전자학과를 졸업한 ‘예비 웹 디자이너’였다. 졸업하고 2007년 취업에 성공했다. 작은 회사지만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데에 감사하며 열심히 일했다. 만족은 오래가지 못했다. ‘수습사원’이란 딱지는 당초 약속과 달리 3개월 넘게 따라붙었다. 월급도 정규직의 70%만 나왔다. 사장은 하루하루 핑계를 대며 정규직 전환 시점을 미뤘고, 심 씨는 결국 사표를 냈다. 그 후로 1년 남짓 ‘프리랜서’라는 명함을 달았다. 아는 사람 소개로 근근이 생활비를 벌어 나갔지만 부모님 앞에선 늘 민망했다. 그러던 중 지하철을 타고 가던 심 씨 눈에 ‘서울시 중소기업 청년인턴십 모집’이란 광고가 들어왔다. ‘역시나 사기나 치는 회사들이겠지’ 하는 생각으로 반신반의하며 홈페이지에 이력서를 등록한 지 두 달. 유투인터랙티브를 비롯해 심 씨를 만나보고 싶다는 회사 네 곳에서 연락을 해왔다. 올 4월 1일 유투인터랙티브에 취업한 심 씨는 첫 월급 150만 원으로 남들처럼 부모님 내의를 선물로 샀다. 심 씨와 함께 입사한 김 씨는 아찔하게도 면접날 길을 잃어 15분을 늦었다. 반은 포기한 심정으로 뛰어 들어간 면접장엔 놀랍게도 허 사장이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허 사장은 “이제 와서 말하지만 그때는 지원자가 면접에 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매달 5일경 중도포기자 등 결원에 대해 수시로 충원한다. 시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만 15세 이상 29세 이하 청년 미취업자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문의는 서울일자리센터 홈페이지(job.seoul.go.kr)나 다산콜센터(국번 없이 12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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