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20%이하 지자체장, 94명중 70명 ‘장차관급 車’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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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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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보, 전국 248개 지자체 ‘단체장 관용차’ 분석

‘최하위’ 완도-신안 4000만-6000만원
72%인 178곳이 2500cc이상 고급차
‘기초’ 7곳 포함 13곳은 6000만원 넘어

부산 동래구는 14년동안 ‘포텐샤’ 이용
인천 계양 경차… 과천은 하이브리드
경남, 광역으로는 유일하게 RV車 운행


최찬기 부산 동래구청장이 관용차인 포텐샤(1998cc)를 타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승용차는 동래구가 1996년 구입한 것으로 전국 지자체 단체장 관용차 가운데 연식이 가장 오래됐다.사진 제공 동래구청
최찬기 부산 동래구청장이 관용차인 포텐샤(1998cc)를 타기 전에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승용차는 동래구가 1996년 구입한 것으로 전국 지자체 단체장 관용차 가운데 연식이 가장 오래됐다.사진 제공 동래구청
재정자립도가 20% 이하(지난해 기준)인 지방자치단체 94곳 가운데 70곳이 단체장 관용차로 배기량 2500cc 이상인 대형차를 운영하는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격이 4000만 원이 넘는 관용차를 보유한 지자체도 30곳에 이르렀다. 특히 20곳은 3000cc급 이상인 관용차를 운영하고 있었다.

○ 돈은 없어도 관용차는 호화판

동아일보는 전국 248개 지자체에 ‘단체장 전용차량 운영 현황’에 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제출 자료를 분석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 꼴찌(7.2%)인 전남 완도군은 2007년 9월 오피러스(2656cc)를 4037만 원을 들여 구입했다. 꼴찌에서 두 번째(8.0%)인 전남 신안군도 올해 1월 6199만 원짜리 제네시스(3342cc)를 샀다. 강원 평창군(재정 자립도 19.3%)은 2006년 7월 무려 6239만 원을 들여 체어맨(3199cc)을 구입해 전체 지자체 관용차 가격 순위에서 7위에 올랐다.

재정자립도가 10% 이하인 지자체 12곳 중에서도 전남 강진군과 전북 임실군만이 2000cc 이하인 그랜저XG(1998cc)로 단체장 관용차를 운영했다. 이 가운데 재정자립도가 9.9%인 전남 남원시(오피러스·3342cc) 등 8곳의 단체장은 2500cc가 넘는 대형차를 타고 있었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 단체장 중 상당수가 ‘장차관급’ 관용차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 정부는 2006년부터 장관급은 3300cc, 차관급은 2800cc를 각각 넘지 못하도록 ‘전용차량 배기량 권고 기준’을 정한 바 있다.

○ 6000만 원 넘는 관용차도

배기량이 적더라도 각종 옵션을 달아 비싼 차를 구입하는 곳도 많았다. 기초 지자체 가운데 6000만 원 이상인 관용차를 보유한 곳은 울산 울주군, 경남 양산시, 전남 신안군, 경기 양주시, 경기 용인시, 강원 평창군, 경북 경주시 등 7곳이나 됐다. 6000만 원 이상 관용차를 보유한 광역, 기초 지자체 13곳 가운데 기초지자체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 특히 울주군은 2007년 6월 6327만 원을 들여 체어맨(3598cc)을 구입해 전체 지자체 가격 순위에서 4위를 기록했다.

다른 지자체도 비슷했다. 전체 지자체 중 178곳은 단체장 관용차의 배기량이 2500cc 이상이었고, 69곳은 3000cc를 넘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큰 관용차로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고, 단체장이 바뀌면 잘 보이기 위해 아랫사람들이 교체를 건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 권위보다는 실용, 알뜰살뜰 지자체

모든 지자체가 관용차 구입에 돈을 펑펑 쓰는 것은 아니다. 부산 동래구는 1996년 3월 구입한 포텐샤(1998cc)를 14년간 바꾸지 않아 단체장 관용차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주행거리는 10만6140km에 불과하다. 구청장 업무상 장거리 운행이 많지 않아 바꿀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익진 인천 계양구청장은 2008년 7월부터 마티즈(796cc)를 운용하고 있다.

대구 남구와 중구(프라이드 하이브리드·1399cc·환경부에서 나오는 보조금이 있어 구입 당시 가격 1000여만 원), 경기 과천시(아반떼 하이브리드·1600cc·2383만 원)의 단체장 관용차는 소형 승용차다. 과천시 관계자는 “기름값도 절약되는 데다 친환경적이어서 바꿨다”고 설명했다. 경남도는 2007년 12월 카니발(2902cc·2705만 원)로 도지사 차를 바꿨다. 대형 승용차가 아닌 레저용 차량(RV)을 단체장 차로 쓰고 있는 광역지자체는 경남도가 유일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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