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92억 사상최대 해외탈세 추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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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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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피난처-페이퍼컴퍼니 이용 스위스 비밀계좌 은닉 첫 적발
기업 4곳, 6224억원 소득탈루

조세피난처와 스위스 비밀계좌를 이용해 2000여억 원을 탈세한 기업과 사주가 적발됐다. 지금까지 국세청이 적발한 해외 탈세 중 최대 규모다. 스위스 비밀계좌를 이용한 탈세를 적발한 것도 처음이다.

국세청은 매출단가를 조작하거나 하지도 않은 용역 대가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해외 비자금을 조성해 스위스 비밀계좌에 은닉한 A사와 이 회사의 사주 B 씨에게 세금 2137억 원을 추징했다고 25일 밝혔다. 국세청은 이 기업을 포함해 기업 4곳이 소득 6224억 원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을 적발하고 3392억 원을 추징했다. 또 관련된 사주와 기업을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통보할 예정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제조업체 A사는 해외에 설립한 현지법인과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자금을 빼돌린 뒤 이를 스위스 등지의 비밀계좌에 예치했다. 이 회사는 이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라부안, 홍콩에서 최대 7단계의 자금세탁 과정을 거친 돈을 홍콩의 선박, 필리핀의 골프장, 한국의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내외의 자산을 취득한 뒤 이를 통해 소득을 얻고도 신고하지 않았으며 조세피난처인 케이맨제도에 있는 신탁회사를 통해 세금을 내지 않고 상속까지 시도했다”며 “추징한 금액은 지금까지 적발한 해외 탈세 중 가장 큰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사상 처음으로 스위스 홍콩 싱가포르에 개설한 14개 계좌의 입출금 명세 및 잔액을 확인해 탈세 사실을 적발했다. 이현동 국세청 차장은 “조사 기법을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간접적인 경로로 스위스 계좌를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국세청은 7월 스위스와의 조세협약을 개정해 금융정보를 공유하게 되면 스위스에 비자금을 은닉한 기업과 개인을 더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세청은 A사 외에도 △사주가 아는 사람에게 준 돈을 투자 손실로 처리하기 위해 미국에 위장 펀드를 만든 뒤 국내 기업에 손실을 이전한 금융회사 △해외투자를 가장해 기업 자금을 유출한 뒤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해외 고급주택을 구입하고 이를 사주와 가족들이 사용하게 한 제조업체 등을 적발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대규모 역외 탈세가 잇달아 적발되자 지난해 11월 만든 역외탈세추적전담센터를 상설 조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해외금융계좌에 일정 금액 이상이 남아 있으면 국세청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 차장은 “이번 조사 결과로 미뤄볼 때 적발되지 않은 역외 은닉 자산이 상당한 수준일 것으로 본다”며 “정보 수집을 강화하기 위해 동남아 미국 등에 정보수집 요원을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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