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친시장정책 비판문제 출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5월 8일 03시 00분


전교조 고교 교사 ‘대통령 잘못 뽑았다’ 답변 유도

서울 한 고교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가 중간고사에서 이명박 정부의 친(親)시장 정책을 비판하는 문제를 출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한 학부모에게 제보를 받아 입수한 서울 D고교 2학년 정치 과목 중간고사 문제를 공개했다.

이 문제는 ‘국가의 목적’과 ‘이○○ 정부 2년 토론회’라는 제목의 지문을 차례로 제시한 뒤 ‘위 글을 읽고 분석한 것으로 잘못된 것’을 찾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토론회 지문은 대부분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예를 들어 “홍 교수는 ‘이○○ 정부가 부유층이 잘살아야 빈곤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는 취지로 감세와 친기업 정책으로 일관한 결과 서민층의 살림살이는 더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도 교수는 이○○ 정부의 시장프렌들리 정책에 대해서 ‘시장이 얼마든지 반사회적이고 사회 파괴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라고 비판했다”는 등이다.

특히 이 문제의 정답(잘못된 분석을 고른 것)은 ‘토론 교수들의 의견을 종합할 때 이○○ 정부의 국민들은 선거에서 올바른 선택을 했으며, 그 결과로 행복한 생활을 누릴 것이다’라는 5번 보기다. 학생들에게 선거에서 대통령을 잘못 뽑아 국민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보기를 고르도록 한 것이다.

D고교는 지난달 30일 학부모에게서 민원이 들어오자 이달 1일 출제 교사를 참석시킨 가운데 학교 성적관리위원회를 열어 문제가 적절했는지 논의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출제 교사는 ‘학생들에게 건전한 비판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이 문제를 냈다. (나는)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편향됐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그렇게 해석할 수 있다면 죄송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이 관계자는 “성적관리위원회에선 정치적 편향성의 논란이 있지만 문제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 있는 건 아니어서 문제는 그대로 인정하기로 했다”며 “해당 교사에게 학교장 서면경고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교장 경고는 당장 신분상 불이익을 받진 않지만 3회 이상 누적되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교장이 해당 교사를 다른 학교로 보낼 수 있다.

조 의원은 “학교 현장에서 전교조 교사들의 편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출제자는 올해 D고교로 옮기기 전 서울 강남의 K고교에서 전교조 분회장을 맡았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전교조를 포함해 교원단체 소속 교사 명단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한 바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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