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M&A귀재’ 1000억대 횡령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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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돈으로 상장사 인수한 뒤 회삿돈 빼돌려

돈을 빌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한 뒤 1000억 원대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주가를 조작해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인수합병(M&A) 전문가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유상범)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A사 대표 박모 씨(43)를 구속 기소하고 사채업자 김모 씨(49)와 회사 임직원 등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박 씨는 2008년 2월∼2009년 11월 A사, S사 등 코스닥 상장사 4곳과 M사, D사 등 비상장사 2곳을 차례로 인수한 뒤 이들 회사의 자금 1132억여 원을 자신이 세운 서류상 회사(페이퍼컴퍼니)에 빌려주는 형식으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금융기관과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려 사실상 무자본 상태로 회사를 인수한 뒤 회사 자금을 빼돌려 인수대금을 갚았고, 경영이 어려우면 또 다른 회사를 인수해 자본금을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박 씨는 사채업자 등에게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가를 조작한 뒤 자신이 차명으로 사들인 주식을 팔아 35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고, 비상장회사를 사들여 자신의 회사와 합병하는 과정에서 차명으로 보유한 주식을 팔아 185억 원의 부당이익을 얻은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박 씨는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회계장부를 조작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용역비 등을 부풀려 회삿돈을 빼내면 당기순이익이 줄어 재무구조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관계회사에 빌려준 돈’으로 처리했고, 분기 말마다 사채업자에게 잠깐씩 돈을 빌려 대여금을 돌려받은 것으로 조작했다. 비상장사 D사에서 돈을 빼돌린 뒤에는 A사와 합병함으로써 회사를 아예 없애 횡령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씨는 횡령과 배임, 주가조작, 차명 유상증자 참여 등 M&A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범죄들을 종합적으로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박 씨는 최근 수차례의 M&A를 연속적으로 성공시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박 씨가 투자하면 무조건 믿고 따라가야 한다”는 평을 듣는 등 코스닥 시장에서 ‘투자의 귀재’로 불려왔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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