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검감찰부장 전보 발령… 朴 부산지검장도 직무 배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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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사 향응 의혹’ 진상조사
공석 검사장급 자리 3곳 대행체제로 운영하기로
검찰, 정치권 겨냥 민감한 수사 당분간 급브레이크

법무부는 25일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51)가 제기한 ‘검사 향응 및 접대’ 의혹에 연루된 박기준 부산지검장(51·사법시험 24회)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당분간 휴가로 처리해 직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박 검사장과 함께 향응 접대 문건에 오른 한승철 대검찰청 감찰부장(47·사법시험 27회)에 대해선 26일자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전보 발령하기로 했다.

정 씨의 ‘향응 제공’ 리스트에 오른 검사장급 간부 2명을 현재의 직책에서 배제하는 동시에 현직 검사장 신분으로 조사를 받도록 한 셈이다. 한 부장의 경우 검사의 비위를 감찰하는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에 그대로 두기는 곤란하다고 판단해 전보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진상규명 조사에서 두 검사장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석이 된 대검 감찰부장은 국민수 대검 기획조정부장이 겸직하며, 부산지검장은 김경수 1차장검사(검사장급)가 직무를 대리하게 된다. 또 채동욱 대전고검장이 진상규명위 산하 진상조사단장을 맡게 됨에 따라 대전고검장 직무는 당분간 한명관 대전지검장이 대행한다.

검사가 검사를 조사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진 데다 중요 검사장급 자리가 3곳이나 대행체제로 운영되면서 검찰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과 함께 ‘집안 단속’이 우선적인 숙제로 떠오르면서 정치권을 겨냥한 민감한 수사는 당분간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21일 전국 공안부장검사 회의에서 “(검찰의 수사 및 결정) 결과가 정치적 영향을 주어서도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라”고 말해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소환조사 및 기소를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검 관계자는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에 대한 무죄 판결에다 이번 사건까지 겹친 상황에서 새로운 수사를 시작하면 검찰이 ‘물 타기’를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진상규명 결과를 바탕으로 정기인사를 할 때까지는 큰 수사를 벌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일선 검찰청에서는 중요 사건의 경우 이미 착수한 수사를 마무리하는 데 주력하고, 새로 수사에 나서는 것은 가급적 피하는 분위기다.

한편 진상규명위(위원장 성낙인 서울대 교수) 산하의 진상조사단은 주말에도 서울고검에 설치된 사무실로 출근해 접대가 이뤄졌다는 부산의 M, S 룸살롱과 식당 관계자 등 조사 대상자를 선정하고 현재 변호사법 위반 사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 정 씨에 대한 수사기록을 검토했다. 진상조사단은 27일 오전 열리는 진상규명위의 첫 회의에 진행 상황과 향후 조사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며, 사무실이 각각 마련된 서울고검과 부산고검 두 곳에서 업무를 분담해 진상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부산고검의 조사팀은 의혹을 폭로한 정 씨에 대한 조사와 룸살롱 등 향응 접대 현장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서울고검의 조사팀은 문건에 등장한 전현직 검찰 간부 및 평검사 100여 명에 대한 조사를 맡을 예정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부산=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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